고양은 요즘 약간 호전적으로 변했다.

마루에 있는 모기장을 드디어 밀어내고 밖으로 나갔다.

영화 <킬빌 2>에 보면, 생매장된 관에서 손날로 계속해서 쳐서 결국 관을 부수고 나가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 '햄버거 고양이'에서 '킬빌 고양이'로 별명이 바뀌었다.

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하루 종일 마당에서 마루에 있는 고양이들을 놀려대는 마당 고양이의 놀림에 열 받았는지,

드디어 모기장틀을 밀어내고, 바깥으로 나가시어,

과감히 자기 보다 덩치 큰 고양이와 기어코 한 판을 뜨셨겠다.

마침 돌아왔던 아내가 보고 시껍해서 얼른 붙잡아서 집으로.

어쨌든 태어나서, 아니 우리 집에 와서 2년만에 처음으로 드디어 다른 고양이와 한 판을.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한 수 잡고 간다더니, 처음 해 본 싸움에서 이겼다.

그리고는 나중에 한 번 더 모기장틀을 열고 나가서 2시간 동안 혼자 놀다가 들어왔다.

(더운데 창을 못 연다...)

하여간 그 이후로는, 이제 어른이 다 된 듯한 표정으로, 완전 당당해졌다.

우리 집은 오래된 집이라서 별의별 벌래가 다 나오는데, 완전 반장 노릇이다.

떠들지 말란 말이야...

우리 집 반장은, 떠들면, 가차없이 다리를 끊어놓는.

(아, 무셔라...)

다시 파리의 계절이 왔다.

날아다니는 파리를 고양이 잡는 걸 보면, 정말 예술이다.

펄쩍 뛰어서 그 작은 손으로 파리를 박수 치듯이 잡아내는데, 진짜 예술이다.

(덕분에 마루에 죽은 시체가 즐비하다... 우에...)

모기도 좀 잡으면 진짜 사료값이나 캔값이 아깝지가 않을텐데, 모기는 잡지 못한다. 너무 작아서 그런가?

진짜 떠드는 애는 모기인데...

이 동네 모기는 '타이거 모기'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서울예고가 집에서 멀지 않은데, 서울예고 학생들이 하도 이 북악산 모기에 시달렸는지, 거기에 '타이거 모기'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물리면, 진짜 인생이란, 그런 질문이 나올 정도이다.

(다음에는 감자밭과 고양이 만행 사건에 대해서 한 번 써볼까...)

(고양이 얘기 책으로 내고 싶다는 출판사가 있어서 연락을 해왔는데, 아무래도 가벼운 얘기는 당분간은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대답을 했다. 생각보다, 고양이가 재밌기는 재밌는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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