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문사철이 죽으면서 언어학을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도 같이 죽은 것 같다.

20세기 철학자들은 많은 경우, 언어학을 겸해서 하는데, 아마 한국에서 언어학을 기반으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이 고종석 선생 정도가 아닐까 싶다.

몇 년 전에 <말들의 풍경>, <감염된 언어> 등 한국에서는 드물게 언어학을 주제로 한 고종석 선생의 책이 줄울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아마 당분간 언어학을 기반으로 한 책은 그 정도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고종석 선생이 쓴 글 중에서 가장 웃겼던 것은 나프어 사전이었다.

우리는 프랑스만큼 언어학이 발달하지 않아서 <프랑스어-프랑스어 사전>처럼 방언과 특수언어를 정리한 게 거의 없는데, 2010  한국인은 그렇게 학문에 부지런한 민족이 아니라서 아마 그런 것은 영원히 생겨나지 않을 성 싶다.

나프어는, 쉽게 말하면 강남 TK어 사전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때 전또깡이 국어학자들 데려다가 표준어 배우면서 '궁중어'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대구 사투리에 서울말이 대충 섞인 게 궁중어인데, 서울 사람도, 대구 사람도, 배우지 않으면 그렇게 하기 어려운 그 말을 궁중어라고 불렀던 것 같다.

주어는, "본인은"으로 시작한다. 말이야 따라할 수 있지만, 억양을 따라할 방법이 없다.

가끔은 서정주를 말당 선생이라고 부르는 고급 유머도 궁중어의 한 장르이다.

NAP는 Neuilly, Auteil, Passy라는 세 개의 파리 지역을 말한다. 뇌이유에는 파스퇴르 고등학교와 미국 병원이 있고, 오떼이유에는, 음,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부자 동네이고, 빠시에는 미국 문화원이 있다. 뇌이유에서 약간 위로 올라가면 구스타프 에펠의 생가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갑자기 빈민촌으로 바뀌면서 홍세화 선생이 거기 사셨단다...

프랑스 신문에는 요즘 강남 TK가 그러는 것처럼, NAP가 프랑스 토지의 몇 퍼센트를 가졌다느니, 평균 소득이 어떻다느니, 그런 기사들이 종종 나온다.

분석을 보면, 프랑스 전역에 성을 가지고 있는 영주들이 파리에서 살 때에는 주로 NAP 지역에서 산다고...

가끔 우울해지면 고종석 선생의 나프어 사전을 보는데, 그냥 보면 강남어 사전하고 거의 유사하다.

친구. 거의 모르는 사람
좋은 친구. 친구
사적인 친구, 주치의나 전담 변호사, 회계사
절친한 사이, 밥 한 먹은 사이
검소하다, 극도로 인색하다
먹고살 만하다, 매우 부유하다
사람들, 나프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
우리 식구들, 나프
이주민, 이슬람 교도
불행해지다, 오쟁이 지다
그 친구는 자식 복이 없어, 그 친구 아이가 마약을 해
걔들 문제가 많아, 걔들 이혼했어

나도 강남에 몇 년 산 적이 있었는데...

신천역 일대를 뒷구정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태춘 노래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진 얘기이고,

강남에서도 문정동처럼 변두리로 나가면 시골이라고 부르거나 경기도라고 부르고, 강북은 아예 북한이라고 부르는 걸 본 적이 있다.

광화문에서 만나자고 하면, 북한까지 어떻게 가냐, 그런 식으로 활용을 한다.

최근에 아내와, 패션어 사전, 인터넷 쇼핑몰 사전, 그런 걸 쉴 때마다 조금씩 만들어보는 중이다.

최근에 찾은 것 하나.

쓰탈... 카피본. 활용예. 마크 스딸, 이건 마크 제이콥스 카피본.

고종석 선생이, 가끔 언어학을 통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푹푹 찌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선생은 요즘 뭐 하시는지, 도통 종적이 잡히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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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궁금증 2010.05.24 1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가지 궁금한게...대기업 총수들의 자택은 70%가 강북에 있다는 기사가 오늘도 났던데요. 한남동, 성북동....솔직히 강남은 좀 졸부로 보지 않나요? 근데 강남에서는 강북을 낮게 보나본데...전 당체 이해가 가지 않더라구요. 역사도 없고 돈도 적은 것들이..X팔리지도 않나

  2. sasac 2010.05.24 1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강북이 북한이면 제가 살고있는 곳은 어떻게들 부르시는지..?

  3. 강남구민 2010.05.24 1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에 말이 좀 심하군요. 물론 선량한 강남 사람들을 두고 '역사도 없고 돈도 적은 것들'이라 칭한 것은 아니시겠지만, 강북이나 다른 지역에 어떤 편견도 없는 제 기분까지 뒤틀리게 하시네요. 아무리 얼굴을 가려주는 인터넷상이지만 말을 가려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윗글에 열거된 '강남어'의 예시들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들은 물론 아니죠. 우석훈 님도 '...본적이 있다' 정도로 말씀하시는데 설마 이걸 '대개 이러하다'로 받아들이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저는 강남에서 초중고를 다 나온 강남 토박이입니다만, 문정동을 '경기도'로 부르거나 강북을 '북한'이라고 농담삼아서라도 말하는 주위의 강남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뭐 제가 어울렸던 부류가 강남을 온전히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윗글만으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노파심에 씁니다.^^

    • deina 2010.05.25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강남에서 초중고 나온 사람입니다. 물론 글쓰신 강남구민님이나 저처럼 예외도 있는 법이니 깡그리 다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분명 강남사람 중 상당수가.. 지역차별한다고 봅니다. 저도 '북한'이란 표현을 직접들어본 건 아니지만 그보다 과격한 표현도 서슴치 않습니다. 명백히 존재하죠.

      머리 크고부터 더이상 어울리지 않게됐지만 중고등학교 때 친했던 애들중에는 "요즘 서울에 연탄 때는 집이 어딨냐?"말했던 애도 있고, "자기명의 집없는 남자랑 어떻게 결혼을 해?"하는 서초구 안드로메다동에 사는 27살 여자들도 수두룩합니다.

      주위에서 본적 없으니까 존재하지 않는다..? 내 눈으로 직접 본적 없으니 서울에는 연탄때는 집이 없다라고 하는 친구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

  4. Favicon of http://blog.naver.com/chobi300 BlogIcon chobi300 2010.05.27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궁금증님께서 강남에사는것을 프라이드로 삶고 사는 심각한 사람들의 식대로 말씀하신거라면 예기가 달라지겠지만
    "서울 토박이 양반출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뼈대있는 집안은 강북에 산다."
    "강남에 사는것들은 돈놀이 해서 갑자기 부자가 된 족보도 가문도 없는 졸부다."
    하는것도 남과 북의(쬐꼼한 서울을 그렇게 나눈다는 것도 참으로 민망 스럽지만)
    주거지의 차기만 있을뿐이지 사고방식은 동일한것 같습니다.

    "인간이 됐으면 자고로 강남에 살아야지"(라는 말을 하는 18살의 청소년을 포함한) 강남을 추앙하는 강남주민들에게
    저는 "졸부놈들...."(증오 좀 섞어서) 보다는 측은지심이 듭니다.
    자랑스러울게 넓디 넓은 지구별에서 고 점만한 동네에 사는것밖에 없다는게 허망해 보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듣지도 본적도 없어서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강남의 유명한 동네에도 엥겔지수가 90%가 넘는 빈자도 있답니다.

    강북을 북한이라 하는 강남주민이나,
    강남이면 무조건 노랑이로 보는 강북주민이나.
    니나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