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집에 있는 고양 말고 또 다른 길냥이들과 같이 사는 중이다. 이게 같이 사는 게 맞다고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작년 장마 때 오들오들 떠는 새끼 4마리와 어미가 안되어 보여서 가끔 먹이를 준다.

너무 자주 주면 안 좋다고 해서, 한달에 한 두 번 주는 것 같다. 아주 추울 때, 비올 때...


아내가 애지중지 하는 아주 조그만 텃밭이기는 한데, 고추모종을 심어 놓았고, 감자도 막 싹이 나기 시작한다.

넘들은, 텃밭 둔덕을 파헤치고 실례를 하고 다녀서, 내내 돌아다니면서 녀석들 똥 치워주는 게 생각보다 큰 일이다.

해 있는 날은 밥을 잘 안주는데, 모처럼 주말에 개운한 기분으로, 에라 기분이다...



덩치가 비슷해보이지만, 새로 온 녀석이 새끼이고, 먼저 온 넘이 엄마이다.

실제로 보면, 새끼 먹으라고 엄마는 조금만 먹고 금방 자리를 비겨준다.

이넘들 말고도 식구 관계는 아니지만 종종 놀러오는 뚱땡이가 한 마리 있는데, 그 뚱땡이가 자기가 먼저 다 먹지 않고,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는 다른 새끼들을 위해서 조금만 먹고 옆으로 비켜줄 때, 정말 감동이었다.

남의 자식이라면 자기가 먼저 다 먹어버릴 것 같은 인간들을 좀 아는데, 뚱땡이는 그러지 않았었다.


얼핏 보면 형제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덩치 차이가 좀 난다. 모녀 관계이다.


잘 쓰지 않는 기능이기는 한데, 정말 간만에 디지탈 줌이라는 걸 써서 2배로 키워보았다. 그냥 크롭 기능 같은 거라서 실제 출간용 사진에서는 거의 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보통 나는 수동 아니면 셧터 속도를 고정하는 그런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한데, 고양이 찍을 때에는 그딴 거 없다.
요즘 주로 고양이들을 찍는데, 수풀 사이에서 잠깐 얼굴 보는 순간에 이것저것 조정할 틈이 없다.

고양이 하품 하는 걸 한 번 찍어볼까 싶었는데, 그게 기회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대신 필름 시뮬레이션이라는 걸 사용해서, 약간 색조가 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기는 하다. 3번째 사진이 커스텀 채널로 설정한, 벨비아 톤이고, 나머지 수치들도 훨씬 올려놓은 건데. 같은 거 두 장을 놓고 확대해서 보면 좀 차이가 있지만, 그냥 찍으면 그게 그거다.


곧 장마가 올텐데, 이넘들은 어떻게 살까?

작년에 같이 지내던 4마리 새끼들은 그래도 그 장마를 무사히 잘 넘겨서 이렇게 어미가 되었다.

이렇게 보면 정말 평화로워보이지만, 어미는 그새 어디 가서 싸우고 와서 꼬리가 반쯤 끊겼고, 새끼는 아직 꼬리는 멀쩡한다.

내가 본 것만 이제 벌써 3대째인데, 원조 할아버지에 해당하는 얼룩 고양이는 요즘도 가끔 우리 집 부엌 앞 담장 위에서 햇빛을 쬐고 있기도 하다.

넘들도 사는 게 힘들고 고달퍼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생명이라는 것은.

삶은 언제나 치열하지만, 가끔은 다른 생명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 그런 게 내가 누릴 수 있는 호사 중의 하나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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