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은 다리가 세 개뿐인 엔젤이라는 이름의 재규어와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다. '쾅'하고 방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 엔젤은 절뚝거리면서 사무실 구석으로 자리를 피한다. 나무 기둥을 세워놓고 그 위에 지어놓은 엔젤의 우리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샤론이 쳐다볼 때마다 엔젤은 마치 배를 긁어달라고 아양을 떠는 강아지처럼 옆으로 뒹글면서 사지를 쭉 뻗는다. 그럴 때면 샤론은 두 공간을 분리하는 철망 위로 닭고리를 한 조각씩 던져준다. 재규어는 '척'하는 소리를 내며 고기를 받아먹는다. 사무실을 찾아온 사람들이 엔젤을 쓰다듬어 주어도 되냐고 물으면 샤론은 고개를 젓는다.

 

   "절대 재규어를 쓰다듬지 마세요, 손을 먹이로 줄 생각이 아니라면요."

 

언젠가 샤론이 내게 한 말이다. (주홍 마코 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pp.16-17)

______

 

위의 구절은 내가 올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상상력 넘치고 위트 넘치는 문장들이다. 다리가 하나 잘려서 세 개의 다리로 살아가는 재규어를 보는 사람마다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이 생기나 보다. 나도 우리 집 고양이를 볼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동물원 원장은, 손을 먹이로 줄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로 쓰다듬지 말라고 한다.

 

Oh, shit!  이건 재규어란 말이야.

 

이 구절이 <주홍 마코 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이라는 책의 추천사를 쓰게 만든 결정적인 문장이었다. 마침 그 주에, 내 수업을 듣는 어떤 학생이, 여주에 나타난 늙은 호랑이라는 주제로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호랑이, 고양이, 이런 단어들을 마을 만들기와 연결시키고 있을 때, 어떤 책 하나가 재규어에 대한 얘기를 같은 맥락에서 던지고 있었다.

 

추천사로 치면, 생각나는 책들이 몇 권 있다.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의 원고와 <주홍 마코 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이라는 책의 원고, 전부 전산 원고로 받았는데, 두 개의 책 모두 엄청 안 팔리게 생겨보였었다.

 

어쨌든 안 팔리게 생긴 원고들의 추천사 같은 것을 부탁받을 때에 상당히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잘 팔리게 생긴 책의 추천사를 부탁받을 때에는, 아, 네, 제가 너무 바빠서요... 잘 팔릴 책에는 추천사가 필요없다. 그리고 나도 생각보다 바쁘다.

 

물론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앞 대가리만 보고서 추천사를 쓰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난 아직 그럴 공력은 안되어서, 꼼꼼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체를 다 읽는 편이다. 게중에는 정말 재미없는 책도 있고, 또 도저히 나는 추천하지 못하겠다는 책도 있다. 다행히 '못 하겠다'라고 말하기 전에 원고를 읽으면 좋은데, 내가 늘 게을러서 마지막 순간에 책을 읽고, 추천사를 쓰는 편이라서, 상대방을 본의가 아니게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쨌든 내가 추천사를 쓸 때, 갖는 느낌은 팔릴 것 같은 책, 아닌 것 같은 책, 이렇게 나눈다. 그리고 안 팔릴 것 같은 책 - 그러나 좋은 책 - 에 더 정성을 들려서 추천사를 쓴다.

 

<주홍 마코 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은, 아마도 안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이런 느낌은 잘 안 맞는다. (아마 나는 마케팅에는 잼뱅인가보다.)

 

주홍 마코 앵무새는 아주 작은 나라에서 벌어진, 일종의 4대강 살리기를 막아나선 사람들의 눈물나는 스토리이고,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살아왔던 30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읽다 말고 산책을 하면서 겨우겨우 끝까지 다 읽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도 우리는 살릴 수 없을까? 마코 앵무새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데자뷰', 그야말로 팔도강산이라고 불렸던 우리의 국토 생태도 결국 명박 대마왕 앞에서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그런 느낌이 들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예술을 좋아하고,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시대를 읽는 것처럼, <주홍 마코 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을 읽으시면 좋을 것 같다.

 

다음 학기에 생태인류학 수업을 하는데, 보조 교재들을 고민하다가, 이게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자연을 지키는가, 그리고 그 자연을 지키는 와중에 어떤 일을 만나게 되는가, 여기에 대해서 사실주의적으로 고민하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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