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점심은 국수를 주로 먹는다. 몇 달 전까지는 둘째가 국수를 잘 안 먹었는데, 이제는 잔치국수도 잘 먹는다. 

오늘 점심은 황태포 불려서 국수 끓였다. 멸치 육수 내는 게 좀 지겨워졌다. 황태포는 기름에 좀 볶으면 먹을 때 황태가 좀 더 똘똘해진다. 

아이들 둘 다 엄청 면을 많이 줬는데, 둘째는 다른 식구들 식사 끝나고도 한참을 혼자 더 붙어 앉아서 결국 다 먹었다. 며칠 전 도장에서 수영장 갔는데, 간식 이것저것 탓하다가 나한테 많이 혼났다. 둘째는 처음 폐렴 걸려서 입원한 다음부터는 편식이 생겼다. 먹어본 것 아니면 잘 안 먹으려고 한다. 정말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냈다. 큰애랑 싸우다가 혼난 적이 있어도, 둘째만 따로 혼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 애들은 먹고 싶은 거 생기면 나한테 해달라고도 종종 부탁한다. 어지간하게 어려운 거 아니면 보통은 해준다. 스파게티 종류나 양갈비 구이 같은 것들인데,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음식들이다. 

여름방학 지나면서 둘 다 살이 너무 쪄서 걱정이다. 큰 애는 거의 살 안 쪘었는데, 방학 지나고 코로나 걸리고 나면서 부쩍 살이 쪘다. 전에는 주말마다 동네 운동장 가서 축구도 하고 그랬었는데, 코로나로 학교 운동장들이 문을 닫은 이후에 주말에 마땅히 운동할 게 없다. 

나 닮아서 그런지, 우리 집 어린이들은 먹는 것은 엄청나게 먹는다. 둘째를 위해서 이제는 된장국과 청국장 같은 것으로 우리 집 식단을 좀 바꿔볼까 한다. 오후에 청국장도 좀 먹어보자고, 둘째랑 그야말로 상담 시간을 가졌다. 

내 또래의 친구들과 나는 이제 많이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다. 뭔가 좀 원하는 걸 살 수 있는 여유가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 애들한테 점점 더 많은 돈이 들어가서, 점점 더 내가 쓰는 돈을 줄이는 중이다. 아마 이번 생에 풍요로운 삶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하루 세 끼 먹을 걱정은 안 하고 사니까,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기는 하다. 남 눈치 크게 안 보고, 치사한 짓이라도 어쩔 수 없이 참고, 그렇게는 안 살고도 먹고 사는 게 어렵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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