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많기는 많은 인생을 살았던 것 같은데.. 50이 넘으면서 내가 나에 대해 깨달은 것은,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점이다. 왕따 당하는 건 잘 모르겠는데, 전부 왕따 놓고 그냥 처박혀 있는 게, 대체적으로 편안하고 좋다. 

안 그래도 애들 방학이라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데, 둘째 빼고는 식구들이 전부 코로나 한 탕씩 하느라.. 일정도 개판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격리 기간이 생겨나서, 아무도 안 만나도 좋은 시간이 생겼다. 코로나라서 움직일 수가 없다는데.. 이것만큼 좋은 핑계도 없다. 

집안에 차분히 앉아서, 내 인생에서 내가 제일 잘 한 선택이 뭐였나 생각을 해봤더니.. 많은 선택의 뒤에는 대가가 있다. 그리고 때때로 그렇게 치룬 대가가 그 시절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너무 치명적인 경우들도 있었다. 가끔이라도 뒤돌아보며 후회할 여지가 생겨난다. 과연 그런 게 좋은 선택이었을까? 

작년에 아내가 차를 바꿀 때가 되어서 하이브리드 차를 사기로 했는데, 막판에 마음이 바뀌어서 전기차로 방향을 바꾸었다. 갑자기 돈이 몇 천만 원이 더 들어가게 되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수동 차라고 생각하고 잘 타고 있던 아반떼 스포츠를 차 사면서 끼워 팔았다. 내 이름으로 된 차 중에서는 수동이 아닌 적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아내가 타던 모닝으로 돌아왔고, 아내는 전기차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내 차도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었는데.. 그 후로 여유가 생기지는 않았다. 뭐, 그래도 별로 불편하지는 않다. 이 선택이 후회가 없는 거의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 외의 선택은, 사실 조금씩은 후회가 남았다. 그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도 몇 십 년 후에는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2012년, 둘째가 아파서 결국 육아를 시작하면서 내 삶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곳으로 가버리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공직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할 수 있는 여유도 사실 없었다. 내가 집 밖으로 나가버리면 아내의 삶이 아주 곤란해지고, 피곤해진다. 그런 대가를 치루면서까지도 하고 싶은 일도 사실 없었다. 

50이 넘으면 많은 사람들은 직접 뭔가를 쓰거나 분석하기 보다는 좀 더 사무적인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는 자리.. 그냥 나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한국 자본주의에 대해서 얼마나 더 분석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런 걸 하면서 조용히 내 삶을 마무리하는 편을 선택했다. 어차피 난 앞에 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무리지어 움직이는 것을 그렇게 즐기는 편도 아니다. 

매주는 아니더라도 1~2주에 한 번은 집 밖으로 나가서 술도 좀 마시고 그랬는데.. 몇 주 동안 집밖에서 술은 커녕, 식사도 같이 한 적이 없다. 코로나 이후로 몸을 많이 사리게 되는. 이게 술도 그렇다. 자주 보던 사람이랑 술을 마셔야 편하게 남들 흉도 좀 보고, 생각도 좀 얘기하게 되는데.. 너무 간만에 만나면, 할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잘 살어? “어, 그렇지, 뭐.” 그렇지, 뭐, 많이 쓰는 말이기는 한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무 의미 없이, 빈 공간에 채워넣기 위한 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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