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주에는 라디오 방송이 세 개가 있다.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바쁜 거 진짜 싫어하고, 바쁘다고 얘기하는 건 더 싫어한다. 정권 바뀌면서 새로운 정권이 어떻게 갈 것인지, 그런 얘기들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몇 번 하게 된 건데.. 아마 조금만 지나면 이런 걸 전문으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무슨 얘기를 할지 찾아가게 될 거다. 

인사하는 거 보면서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갈지 좀 감을 잡았고, 몇 번의 크고 작은 경제 대책들 그리고 아주 큰 경제정책 방향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서 조금은 더 감을 잡았다. 

보수도 참 상상력들은 없다. 시간이 몇 년이 흘렀는데, 좀 새로운 것 좀 꺼내들고 오면 놀라는 맛도 좀 있고, “이건 또 뭐여”, 그렇게 분석하는 재미도 좀 있을 것 같은데. 기본은 mb 때 아니면 근혜 시절에 봤던 거에, 그때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는 못 했던 것들을 좀 디밀고 있는. 

중요한 것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그런 미래에 대한 문제다. 나쁜 놈만 패고 있으면 좋은 세상 만들어지나, 절대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미래는 그렇게 오지 않는다. 나는 그 미래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는 게 재미가 있다. 누구 욕하는 거, 사실 재미 하나도 없다. 

오늘 kbs 라디오 열린 토론 녹음 방송에 갔었는데.. 문득 이 자리에 내가 노무현 정권 때부터 앉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권이 바뀌면 자리 위치가 바뀐다. 그렇게 자리를 바꿔 앉는 것을 벌써 몇 번을 했는지.. 그 시간 동안 맨날 욕만 하면서 살았다면, 정말 내 인생도 아무 것도 남지 않을 허탈한 인생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신장식의 ‘신장 개업’에 조그만 코너 하나 하는 중인데.. 학교랑 재계약을 안 해서 호칭 얘기가 잠시 나왔다. 그냥 ‘우석훈 씨’라고 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 했다. 말만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실제 생각도 그렇다. 몇 년 전에 직장 민주주의 작업 하면서 이 생각을 좀 많이 했었는데.. Mr. 위에 Dr. 그리고 그 위에 Pr., 이거 되게 이상하기도 하고 촌스럽기도 한 것 같다. 그때부터 그냥 내 호칭을 사람들이 어색해하면 그냥 씨라고 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 말했다. 

씨, 이 정도만 되어도 괜찮은 호칭이다. 사실 우리가 남 호칭을 그렇게 하나? 대부분 개, 소, 말, 이런 게 막 튀어나오고, ‘새끼’만 되어도 애교다. 존만, 씹만, 하여간 우리나라 역사가 길어서 그런지 호칭에 관한 욕도 아주 다양하게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다. 그냥 씨 정도만 되어도, 생유. 영화 <매트릭스>에서 불어가 욕하기에 제일 좋은 언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찰지고 쫀쫀하게 호칭에 대한 욕이 많은 게, 우리 말도 불어 못잖다. 

나는 내가 희망하는 이상적인 세상의 모습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면 되고, 그거면 내 삶의 의미는 충분하다. 그렇게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조금씩 하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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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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