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큰 애가 학교 안 가고 줌수업을 시작했다. 

마음은 한 달만 지방에 가서 밀린 일들 좀 처리하고 오면 딱 좋겠구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번 학기부터 애들은 학교 돌봄 교실은 안 하고, 방과후만 한다. 애들 데리러 오는 시간이 제각각이고, 그나마 태권도장이 마지막 시간에 겹치지 않으면 난리 부르스가 난다. 

줌 수업한 큰 애가 학원 보내달라고 해서, 운전하고 들어와서 잠깐 앉았더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둘째인데, 이따 4시에 집에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빠가 갈께.. 

시간이 이렇게 조각 나고, 저렇게 조각 나고. 저녁 때 기자들하고 식사 자리가 있는데, 올 생각 없느냐는 전화가 없다. 택도 없다고 그랬다. 전화 끊고 돌아서는데, 고위직에 임용될 것 같은 사람 같이 볼 생각 없냐는 전화가 왔다. 당분간 여건상 아무도 안 만난다고 했다. 보기는 지금 내가 누굴 보겠냐. 

아내가 휴가를 하루 낸다고 해서,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이게 하루이틀 하는 게 아니라서, 그렇게 한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기쁜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다시 5.1 채널 해볼까 하던 시절에 봐두었던 미니 스피커가 있다. tv 좀 큰 걸로 바꾸면서 마루에는 입체 음향을 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아내가 얼마 전에 산 서랍장은 절대로 치우면 안 된다고.. 도저히 프런트 스피커 놓을 공간이 나오지가 않는다. 후면 스피커 배치 위치도 간당간당하고. 결국 포기. 

아버지 장례 때문에 돈 나갈 거 계산하다가 머리고 뽀개질 것 같아서.. 캠브리지 오디오 미니 스피커 싸게 나왔길래 그냥 주문했다. 39만 원. 애들 조금 더 크면 언젠가 tv 큰 걸로 바꾸고, 그때는 애트모스 설치하리라, 그때 쓸 스피커를 미리. 잠시 기분이 좀 풀렸다. 오늘 저녁에 배달 온단다. 아주 예전, 그러니까 부천 살던 시절에 캠브리지 오디오를 메인으로 쓰던 시절이 있었다. 결혼 하기 전, 그야말로 현대 다니던 시절이었다. 대기업 과장 시절. 

이렇게 쪼개진 시간 사이사이에 5년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질문들을 가끔 던져본다. 정치 얘기는 아니다. 정치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정치에 대해서 그렇게 고민하는 건 아니고. 집값은 어떻게 될까, 사교육비는 어떻게 될까, 물가는 어떻게 될까, 그런 질문들이다. 차분히 10개 정도 질문을 정해서 대답해보려고 한다. 사실 나도 궁금하다. 인수위 보고서를 그 어느 때보다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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