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면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먹었던 기억이다. 학교 앞 분식점이었는지, 광화문 분식점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세상에 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나 싶었다. 북경 오리는 런던에서 처음 먹었다. 지금도 가장 맛있게 먹은 북경 오리는 런던에서 먹었던 것이었다. 참 신기하고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쫄면만은 아니다.

  
태국 쌀국수 중에 꽤 오래 삶기는 해야 하지만, 쫄면만큼 쫀쫀한 국수가 있다. 유학 시절에는 그걸로 쫄면 비슷하게 많이 해먹었다.

 
밤에 배고파서 쫄면을 해먹기로 마음을 먹었다. 콩나물도 데쳐서 넣고, 삶은 계란 빼고는 분식집하고 거의 비슷하게 했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물을 넣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그냥 물 넣고, 얼음 왕창 때려넣고, 육수 느낌 내려고 쯔유를 조금 넣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천상의 맛 같았다. 냉면 느낌 보다는 물회 느낌이 더 났다. 포항 같은 데 가면 양념 조그만 한 물회가 나오는데, 그런 느낌이었다. 너무 단 음식 별로 안 좋아한다. 양념 너무 많이 한 물회는 달아서 별로.. 


속상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오늘은 소주 한 병 탁 마실려고 했었다. 며칠 전에 배달 시켰더니 서비스로 준 소주 한 병이 냉장고에 그대로 있다. 독한 기분에 속상한 마음까지 태워 보낼 때에는 역시 소주 만한 것이.. 


물 넣은 쫄면 먹고 나니까, 소주니 뭐니 술 마실 생각이 싹 사라졌다. 햐, 맛있게 먹은 여운이 굉장히 오래 간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워낙 맛있다는 것만 처먹고 다녀서 그런지, 뭔가 맛있게 먹고 감동적이라고 하는 순간이 별로 없다. 일단은 요즘 음식들이 너무 달고.. 


팬데믹 3년째, 느는 건 요리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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