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태권도장 간 둘째한테 태권도장 문 닫혔다고 전화가 왔다. 알아보니까 여자 화장실 하수도가 고장나서 급하게 공사를 하게 된. 

급하게 뛰어나가서 애들 데리고 들어왔다. 방학하면서 두 애들이 따로 움직일 일이 많아서, 결국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에게도 전화기 사줬다. 그새 LG는 핸드폰 안 만들어서 없고, 인터넷 연결 안 되는 공부폰이라는 게 새로 나왔다고 한다. 

애들은 코로나 이후로 언제 확진자가 나와서 학교나 학원이 비상상황이 될지 모른다. 아직은 혼자서 집에 오기가 좀 어려워서, 결국 비상 대기를 하게 되는. 

어제 오후에 급한 일이 생겨서 어머님에게 가는 걸 하루 미루었다. 그 여파로 아내가 병원 예약된 걸 다시 연기하게 된. 별 하는 일도 없는데, 스케쥴이 칼 같이 연동되어 있어서. 

아버지는 일반 병동에서 암 병동으로 어제 옮기셨다. 방사능 치료 받은 게 효과가 그래도 좀 있어서 이제 전화기 들고 전화도 하신다. 그건 좋은데.. 전화하시면 끊지를 않으신다. 심심해서 그러신 건데, 병실의 tv가 기본만 있어서 스포츠도 안 나오고, 바둑 방송도 안 나온다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보면 구동매가 “나으리, 제가 동경 유학 갔다온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희성이 술자리 내내 동경 유학만 하니까 나온 대사다. 며칠째 아버지 전화 계속 받다 보니까 내가 병원 생활하는 것 같은. 

요 며칠 영화 <엘리자베스>와 <골든 에이지>를 이어서 몇 번 봤다. 바르보사가 연기한 윌싱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보통 그렇게 음침하게 정보와 공작을 다루는 사람들이 인상적인 경우가 별로 없는데, 엘리자베스에서는 거기가 또 키 포인트다. 저렇게 영국이 결국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군.. 책을 좀 봐야 하는데, 일단은 영화로라도. 재미가 제일이다. 

영국 간 게, 후아.. imf 한 가운데인 98년이 마지막이었으니까, 21세기에는 간 적이 없다. 학회 첫 데뷔를 영국에서 했었는데, 진짜 안 갔었다는 생각이 문득. 그런 생각하다 보니까 전태일의 여동생 전순옥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같이. 권순옥이 다음 주에 이사오기로 한 학교 사택에서 그 전주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전순옥과 일할 때, 그 시절 얘기를 잠시. 이소선 여사는 예전에 노회찬 후원회장할 때 같이 했던 적이 잠시. 

제국의 성립, 제국의 혼돈, 움베르트 에코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코난 도일 연구도 에코가 했던 작업들을 추적하면서 만나게 된. 그 시절에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걸 좀 자세히 보면 좋았을 걸,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 누가 물어봐서 전화로 프랑수아 케네에 대해서 한참 얘기해주었었다. 박사과정에서 경제학사를 계속 전공했더라면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잠시. 언젠가 나이 먹으면 경제학사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게 살지는 못한 것 같다. 

아마도 평생, 내 주변에는 힘든 사람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나에게 연락을 많이 했었다. 늘 누군가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평생을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나중에 고맙다고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지금은 당장, 어머니와 아버지가 날 힘들게 한다.. 결국 하루 미룬 어머니 동사무소 가서 서류 처리하는 일과 집에 들를 생각을 하니까, 꾀가 난다. 주차할 데가 없어서 결국 차 두고 가야 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마음이 들지 않고, 저기를 또 가네,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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