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게 권해주고 싶은 영화

윤석열이 대선에서 망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공교롭게 내가 본 영화가 처칠이 총리로서 지휘권을 확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다키스트 아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완전 망한 영화지만, 이 영화로 게리 올드만이 골든 글러브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다. 

너무 재밌어서 3일 동안 매일 밤 세 번을 봤다. 좀 뒤늦게 봤는데, 아마 올해 본 최고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지난 수 년 동안이라고 해도, 역시 최고일 것 같다. 예전에 재밌게 봤던 <킹스 스피치>하고 쌍둥이 영화라고 해도 좋을 것 같고, <덩커르크>와는 내부편, 외부편, 그래도 될 것 같은. 

말은 점잖게 하지만, 겨우겨우 총리가 되어서 자기 당인 보수당 내에서 신임이 없어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처칠이 사기 가득한 당내 연설로 국정 운영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친위 쿠데타에 관한 내용이다. 

첫 장면은 처칠이 자기는 버스는 한 번도 안 타봤다고 하는 얘기로 시작한다. 지하철은 아내의 도움으로, 파업 때 한 번 타봤다고 한다. 

영화가 에너지를 받는 장면은 두 장면이다. 자신의 비서 오빠가 덩커르크에서 전사했다는 얘기를 듣는 장면. 이때 처칠은 히틀러와 평화협정을 맺으면 곤란하다고 판단을 한다. 또 한 장면은, 출근 중에 차에서 갑자기 내려서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렇게 방향과 에너지를 얻은 처칠이 몇 번의 연설을 하면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고, 히틀러와 평화조약을 추진하는 각료들을 날려버리고, 전권을 갖게 되는 얘기다. 

윤석열이 책을 좀 읽는지는 모르겠다. 같은 보수라고 하지만 처칠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처칠은 문필가였고, 소설도 몇 권 쓴 사람이다. 그림도 아주 열심히 그린 사람이다. 윤석열이 글을 쓰는 건 상상하기 어렵고, 힘들 때마다 술을 마실지는 몰라도, 책을 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영화는 보지 않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책은 안 봐도, 차분히 앉아서 영화라도 보면 쌩무식쟁이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겉으로 드러난 윤석열은 문화 활동은 아무 것도 안 한 쌩무식으로 보이기는 한다. 

쿠데타와 친위 쿠데타가 난무하는 지금, 성공한 친위 쿠데타로 처철의 무용담을 그린 <다키스트 아워>를 권해주고 싶다. 

조지 6세가 처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고, 심지워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기꺼이 그가 총리가 되는 것을 승인한 이유가 재밌다. 히틀러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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