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난 것 같다. 결정적인 장면은 TV 토론 기피라고 생각된다. 토론을 살살 피하는 후보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안 하겠다고 하는 대선 후보는 일찍이 없었다. 사람들은 대선 토론을 좋아한다. 보고 안 보고는 내가 판단해, 그런데 쇼를 안 하겠다니!

뭐라고 이유를 달든, 쇼를 안 하겠다는 것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국민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윤석열의 진짜 위기는 안철수와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순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 순간이 왔다. 단일화하기는 어렵고, 한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홍준표로 후보가 바뀌면? 그래도 큰 변화가 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 보수는 정말로 굳건해 보였는데, 이제 그들이 얼마나 허약하고, 비과학적인 명제 위에서 감정적인 것들에 많이 의존했는지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대선은 이재명이 잘 한 건 별로 없다. 그냥 시스템 대로,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보수는 시스템도 붕괴했고, 그들이 뭘 잘 했는지를 잃어버린 것 같다. 

2020년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다. 한국의 보수는 이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박정희 얘기 하고, 전두환 얘기 하고, 광주 얘기 하지. 

프랑스와 독일의 최근 흐름을 보면, 독일이 확연히 상승세다. 국가 브랜드 3~4위 정도였는데, 몇 년 전에 미국을 넘어서서 이제는 1위다. 그 동안에 메르겔이 집권을 했고, 독일 보수들이 녹색당과 사민당의 프로그램들을 다 흡수했다. 독일 보수는 탈원전, 영국 보수는 탈석탄, 이 분야에서 서로 난타전 중이다. 프랑스는 좌파는 완전히 위기이고, 지금은 중도가 집권 중이다. 원전에 목숨 건다. 미래를 놓고 두 나라가 팽팽하게 원전을 둘러싸고 경쟁 중이다. 

한국의 보수는? 원전 얘기 말고는 요즘 하는 얘기가 없다. 미국에 네오콘 한참 힘쓰던 시절의 얘기들을 단순 반복하는 것에 가깝다. 좋게 봐줘도 프랑스 중도 정도 된다. 

윤석열이 허당이라서 지리멸렬한 것도 있지만, 실제로 한국의 보수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얘기가 없고, 새로 준비한 것이 없다. 뭐가 있었으면 윤석열이 그냥 그거 한다고 하면 되었을텐데, 그런 게 거의 없다. 

지금까지는 윤석열의 정부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떤 정책을 할 것인가, 그런 걸 중심으로 생각했다.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금은 김종인 아니라 그 어떤 신선이 와도 결과를 뒤집기 어려울 것 같다. 내일부터는 이재명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그런 걸 살펴보는데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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