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se alguem

책에 대한 단상 2021. 11. 4. 00:45

유전자 관한 책 잡고 오늘 밤에는 끝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커피 받아놓고 밤샐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로라 피기 25주년 앨범을 틀었다. 지난 주에 처음 한 번 들었는데, 다른 일 하면서 건성건성 듣거나 말거나. 

아무 생각 없이 책장 넘기다가, 목소리 하나가 콱 귀로 들어와서, 어 잠시. 이 꽉 찬 목소리는 뭐지? 

disse alguem. 뭐지? 불어도 아니고, 스페인어도 아니고. 독일언가?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이런 포루투칼어다. 브라질.. (어쩌지 작년부터 포루투칼어를 기초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ㅠㅠ.)

아주 오래 전에 세종문화회관에 로라 피기가 왔었고, 그때 갔었다. 햐, 진짜 오래 전 일이다. 그 뒤에 내 삶은 그냥 아주 지 맘대로 튀는 용수철 같은 인생이 되었다. 나도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니 당장 다음 달에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그런 엉망진창의 인생이 되었다. 로라 피기 공연에 갔을 때에는 에너지관리공단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되던 시절이었다. 그 뒤로 하도 많은 일이 생겨서, 그것도 굴직한 것 없이 고만고만한 일들로, 정리도 쉽지 않고, 기억도 잘 안 나는. 

disse alguem, ‘all of me’라는 재즈 스탠다드로 다 아는 노래다. 브라질 노래라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고.

로라 피기가 걸그룹 출신인 것도 처음 알았다. 이게 약간 로맨틱한 얘기다. 유럽 순회 공연 중 오느날 바에서 로라 피기가 재즈 밴드에게 이 노래를 반주해달라고 하고, 나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자기 팀 매니저가 “이제 네 솔로 CD를 낼 때가 되었네.”, 그렇게 말했단다. 그리고 첫 CD를 내면서 데뷔를 하였단다. 

나도 몰랐었다. 이 배음 가득 찬 목소리는 대체 뭔가, 뭔가 몽롱한 느낌이 들어서 갑자기 찾아본. 아, 로라 피기가 이 노래로 데뷔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구나.. 

책 읽어야 되는데, 야 밤에 갑자기 내가 살아온 삶이 끈적끈적하게 되살아났다. 

 

https://youtu.be/ikKPrD4SY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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