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좌파가 젊은 좌파에게', 좌파 에세이 새로 잡은 제목이다. '젊은 좌파들에게 보내는 연가' 정도 생각했었는데, 연가가 너무 올드한 느낌이라고 원성이 자자했다. 그래서 몇 개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고민을 하다가, 2장 끝나갈 때쯤.. 늙은 사람들 얘기가 한참 이어지다 보니까, '늘은 좌파'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라서. 

요 며칠 사이 은퇴하고도 한참 지난 할아버지들하고 문자 메시지 오고 갈 일들이 좀 있었다. 종이책은 노안이 와서 잘 못 보고, 전자책 없냐고 물어봤더니.. 노안 오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 아니냐는 얘기가 왔다. 이래저래 나보고 젊다고 하는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젊기는.. 나도 낼 모래면 환갑이다. 둘째 초등학교 정문 보안관실에서는 얄짤 없이 '할아버님' 애기 듣는다. 

'늙은 좌파'라고 쓰고 나니까, 내가 속이 다 시원하다. 원래 늙으면 말이 많아지는 법.. 괜히 젊고 발랄한 척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아예 마빡에다가 '늙은 좌파'라고 하고 가는 게 더 경쾌한 느낌이 들었다. 

나이 먹으면 폼도 좀 잡고, 우아하고 품위있게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난 그런 건 버렸다. 원래도 폼 나는 스타일 아니다. 그냥 머리 박고, db 뒤적뒤적거리고, 가끔 엑셀 작업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아마 내 인생의 뒷부분도 별 폼 나는 일은 안 하고, 적당히 고생하고, 밥이나 먹고 살아가는, 그렇게 살 게 될 것 같다. 

죽을 때까지 뭐라도 더 쥐어잡고 살겠다는 모습을 보면서, 꼭 그렇게까지 할 게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의미 있는 일을 조금이라도 하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파에 대한 얘기들을 정리하면서, 나도 살아온 삶을 한 번 크게 되돌아보게 되었다. 뭐, 나쁜 일을 꼭 안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별로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성격도 지랄 맞고, 이상한 거 보면 꼭 한 마디 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어쨌든 3장 시작에는 다시 한 번 크게 나에게 질문을 한다. 내가 지금 다시 대학생이라도 나는 좌파의 삶을 살까? 이 질문에 답을 하면서, 지금의 청년 좌파에 대한 얘기로 넘어간다. 나도 내 선택에 대해서 깊이 한 번 고민해보려고 한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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