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점심이 늦었다. 간만에 김치찌개 먹고 싶어져서 한식당 갔더니, 1인분은 안 된단다.. 황태구이 먹었는데,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고추장 맛 밖에 안 난다. 그래도 좀 길게 산책을 했다.

간만에 새로 산 만년필로 노트에다가 전체적인 메모를 좀 할까, 스탠드 불을 높였다.

이런, 전화 우라지게 온다. 메일 좀 봐달라고 해서, 메일 보고 확인해주고. 돌아서니 또 메일 좀 봐달란다. 학교에서도 계속 연락온다. 연락처 누가 달라는데, 드려도 되나요? 네, 고맙습니다, 꾸벅꾸벅.

카톡도 별 거 아닌데, 계속 온다. 식당 예약 여기로 할까요? (네, 아무 거나 괜찮습니다..) 약속 장소 변경입니다, 네, 고맙습니다. 다음 주 대담 장소 확정.. 캄사하무니다.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물 끓이러. 전화 계속 온다. 갑자기 전화기 패 죽이고 싶어졌다. 또 전화 온다. sk인데요, 최신형 전화기로.. 네 괜찮습니다, 그냥 쓸래요.

이번엔 텔레그램이다. 이따 저녁이요, 장소 어디로 할까요? 네, 그냥 제가 예약할께요.. 핸펀, 카톡, 텔레그램, 여기에 멜까지, 이것저것 해달라고 연신 울려댄다.

결국 메모 하면서 구상하겠다고 할당한 한 시간이 다 지났는데, 정작 노트는 펴보지도 못했다. 원래 스케쥴표 상으로는, 요번 주부터는 모든 일의 강도를 절반으로 줄이고, 아주 천천히 살아가는 거였다. 기껏 다른 약속들 없애 가면서 시간을 좀 만들었더니, 우라질 전화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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