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기업에서 강연 요청이 왔는데, 학기 중이라서 어렵다고 했다.

40대에는 좀 묻어가는 일들도 있었는데,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묻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모든 일들이 다 무겁고, 대가리 뽀개지게 만든다.

예전 같으면 화도 좀 내고, 막 뭐라고 할 일도.. 대부분 그냥 참는다. 니나 내나, 그러고 막 싸우기도 했는데. 역시 나이를 처먹으니까, 늙어서 쟤도 이제 승질 막 부린다, 그런 소리 들을 것 같다.

차라리 내가 며칠 귀찮고 말지.

팬데믹 국면을 보내면서 나는 깨침에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살아서 도를 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깊게 심호흡 한 번 하고, 휴우, 내 팔자야, 이러고 만다.

그래도 좋은 일도 좀 생기기는 한다. 동네 수영장이 다시 열었다. 시간은 예전보다 빡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아자, 올 여름까지는 배 다시 집어넣고. 2년 전 여름부터 겨울까지 열심히 수영해서 그럭저럭 회복기로 들어갔다가, 팬데믹 이후 완전 망!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부산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정말 이 문제는 아무도 다루지 않고, 그래서 뒤로 여러 발 빼고 물러서 있던 나에게까지 부탁이.

친구들은 그거 하지 말라고 했다. 해야 어차피 질 거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미운 털이나 박히고, 나중에 니가 뭐라고 할 때.. 그때 고초를 겪을 거다.

구구절절히 다 옳은 말씀이기는 한데, 그렇게 이것 피하고 저것 피하면 내가 뭐하러 경제학을 공부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럴 때면 성질 진짜 까칠하다. 나이 처먹으면 적당히 좀 찌그러지고, 눈치 보는 맛이 있어야지.

이 결혼 난 반댈세!

이렇게 꼬장부리는 할배 느낌 들었다.

부산에서 공항을 짓든 말든, 순환 도로를 몇 개를 더 만들든 말든, 그게 내 삶과 무슨 상관이랴. 그냥 찌그러져서 자빠져 있으면 스트레스도 없고, 크롬 번역기 돌려가면서 일본 국토교통성 홈페이지에서 수치를 눈 빠져라고 지켜볼 일도 없고, 그걸 엑셀에 다시 기록할 일도 없고.

이게 다 성격 까칠한 게 천성이라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에 기재부 과장들하고 일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우와.. 청와대 한두 번씩 갔다오더니 하다못해 청장이라도 다 한 사람들이 되었다. 그냥 얌전하게 그런 사람들한테 찰싹 붙어있었으면 나도 좀 더 순탄하게 살았을 것 같은데.

돌아보면 순탄하게 살 기회가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몇 번만 남들 하듯이 머리 숙이고, "사장님, 나이스샷!", 이렇게 살았더라면.

그래도 입에 세 끼 밥 들어가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정도가 거의 유일한 위안 아닌가 싶다. 그저 책 쓰면서 살 수 있게 해주신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

가적도 신공항 문제는 아마도 내 인생 후반부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남을 것 같다. 까칠한 인성 아직도 그대로, 이건 아니지!

그저 남은 내 인생에서 바라는 게 있다면, 누군가에게 머리 숙이지 않고, 내 삶에 대해서 부탁하는 일이 없도록.

(처음 했던 언론 인터뷰가 중앙일보였는데, 97년이었다. 진짜 수십 년만에 뭐라고 했었나, 찾아본 ㅠㅠ. 헛소리했다.)

news.joins.com/article/3439073

 

탄소세 도입 오히려 유리한 조치 - 현대환경연구원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석유.석탄.가스등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탄소세 도입이 일반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우리나라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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