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둘째가 어린이집 졸업식을 했다. 코로나 때문에 부모들은 못 들어가고 그냥 바깥에서 기다리는. 

어린이집과 학교로 나뉘어서 등하교가 두 번이다. 아침에 큰 애는 아내가 출근하면서 데리고 가고, 둘째는 좀 늦게 내가 데리고 가고. 오는 건 태권도장에서 오고, 이게 우리가 찾아낸 최적의 상황이었다. 

이제 진짜로 나의 시간이 온다. 등교도 학교로 한 번만 하면. 너무나 편해질 것 같다. 

오십이 넘어가면서 나는 나와 관련된 욕심이든 욕망이든, 하여간 다 내려놓았다. 누가 뭐라고 하면.. 그러나 보다 하고 만다. 싫다고 하면, 그러세요 하고 만다. 

그 사이에 나에게 뭔가를 기대하던 사람들은 다 떠나갔고, 이래저래 나와 꼭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애들 키우면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깽깽발로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괜찮을 사람들만 주변에 남았다. 

그 사이에 세상의 계산법과 나의 계산법은 많이 다르게 되었다. 나는 아주 게으르게 계산하고, 소심하게 판단한다. 코로나 이후로는 언제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올지 몰라서, 진짜 위수 지역 지키듯이 30분 내에 학교로 튀어와서 아이들 하교 시킬 수 있는 거리 외로는 잘 안 나간다. 방법이 없다. 

그렇게 지내면 좋은 점이 한 가지는 있다. 아주 멀리 보게 되고, 아주 낮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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