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인데, 해야 할 일이 겁나게 밀렸다. 뭐, 심사해달라는 게 있고, 읽고 검토해달라는 게 있고. 이제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꼭 내일이 마감인. 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그냥 해줘야 하는 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지 모르겠다.

부산 공항 문제로, 공항에 관한 것들 모아서 글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되어서, 담당자 전화번호도 어딨는지 잘 모르겠다. 귀찮다 싶은.

문득 수레바퀴 앞에 선 사마귀 얘기가 생각이 났다. 당랑거철.. 내 인생 자체가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맨날 되도 않는 싸움 앞에 서서, 맨날 지면서 살았다.

내가 쓴 글들 보기 싫은 사람이 뭐라고 하면, 그냥 시간이 안 가서 심심해서 썼다고 말하고 만다. 사실 심심해서 그렇게 정부 불편하게 하는 글을 쓰지는 않는다.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 이제 글 같은 건 쓰지 말고 애들하고 시간이나 보내면서 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민주당 여당 3년차 되니까, 사실 정부만 놓고 보면 mb 3년차하고 뭐 그렇게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자원외교 한다고 하고.. 와, 그때 대단했다. 공항 짓는다고 하는 그때나 지금이나, 뭐가 그렇게 다른가 싶다. 자원 빈국인 한국이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시장에 좀 참여해서 미래를 대비한다는데, 왜 이렇게 지랄이냐고..

그냥 그렇게 도도하고 강하게 지나가는 수레 앞에 서서 버텨보는 사마귀처럼 산 것 같다.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이렇게 살 것 같다.

월요일에 큰 애 학교 개교기념일이라고 학교 안 간다. 다행히 그날은 아무 일정이 없다. 둘째는 어린이집의 부모가 확진자라고 하는데, 오늘 검사 나온다고 하더니 아직 연락이 없다. 이래저래, 둘째도 그날 그냥 집에 있고 싶다고 한다. 둘 다 데리고 있기로 했다. 애들 둘 보다 보면, 사실 아무 것도 못하고 한나절 그냥 간다.

그 와중에 공항은 어떻고, 토건은 어떻고, 짬을 내서 그런 글을 쓸 생각하니까, 에고.. 사는 게 왜 이런가 싶다.

수레 앞에 마주서는 사마귀가 무슨 마음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토요일 밤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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