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로 나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꼭 코로나 때문에 생긴 것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생겨났을 일도 있고. 

아주 개인적인 삶만 보면, 작년이 워낙 힘들어서, 작년에 비하면 많은 것이 나아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역시.. 불편하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팬데믹 경제학 정도의 내용의 책을 올해 내려고 준비한 것은 작년의 일이다. 워낙에 올해는 손가락 빨면서 놀고 있을 게 뻔해서, 쉬엄쉬엄 팬데믹 얘기나 좀 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덜컥, 코로나 19와 함께 팬데믹 국면이 펼쳐졌다. 

코로나와 관련된 것 중에서 기분 안 좋은 것들이 좀 있는데, 그 중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소리는 좀 너무 했다 싶었다. 한 쪽 구석에서 수십만 명씩 죽어가고 있는데,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이 일이 지나가면 어떻게 될 거냐, 그런 얘기들 하고 있는게.. ‘인간에 대한 예의’가 내가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경계선 같은 것이다. 

그래서 책은 일단 접었다. 다들 ‘포스트 코로나’ 얘기하는데, 나까지 끼어서 그런 얘기를 같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12월에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보기로 일정을 뒤로 미루었다. 이제 곧 12월이다. 

여러가지를 고민을 했는데, 결국 팬데믹 경제학을 쓰기로 했다. 

최근에 코로나에 관해서 얘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너무 많이 받았다. 뭐, 거의 못 간다. 어차피 나는 강연은 거의 최소한만 하고, 내년에는 더 조금 덜 할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는, 여전히 나는 책이라는 매체가 편하기는 하다. 책을 쓰고, 강연도 하는 건 내 스타일 아니다. 

그리하야..

‘88만원 세대’ 쓰던 시절에 만들어놓았던 발간 리스트에 있던 책 하나를 이번에 소화한다.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쓰게 될 책이다. 지금 잠시 일정을 만들어서 정리하고 가는 게 나을 듯 싶다. 

작년에는 책을 아예 안 냈고, 올해는 당인리 한 권 내고 일단 전부 스톱.. 전체적으로 출간 리스트와 계약 관계들을 크게 한 번 재정리를 했다. 털 건 털고, 옮길 건 옮기고.. 작년부터 밀려온 책들이 내년에는 큰 게 몇 개 니가게 된다. 그런 것들을 일단 뒤로 또 밀어서 팬데믹 책이 나갈 공간을 만들 생각하니.. 푸휴. 한숨부터 난다. 

하여간 나머지 정리정돈하는 건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일단은 팬데믹 경제학 책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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