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기..

아이들 메모 2020. 8. 28. 10:30

둘째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데,혼다 오딧세이에서 4살, 6살 정도 되어보이는 딸 둘을 데리고 내리는 아빠를 만났다.

어지간해서는 누군가에게 부럽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 몇 년간, 애들 보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부럽고 말고,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부러웠다..

남자 애들 둘하고 짐승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딸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뭐.. 먹는 거, 격투기, 야구, 그런 게 내가 아들들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마루에서 하는 야구를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길거리에서 하는 얘기의 대부분은 뭐 먹고 싶냐, 뭐 해줄까, 그런 먹는 얘기.

지금 타는 차는 아반떼인데, 그거 살 때 혼다 오딧세이살까 했었다. 일본에서는 주로 토요타를 탔었고, 오딧세이는 얻어 탄 적만 한 번 있다. 장인은 벌써 몇 년 전에 운전을 끝내셨고, 아버지도 아마 올해가 운전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큰 차가 필요하기는 한데, 차에 돈 쓸 때만 되면 손이 벌벌벌 떨려서.. 결국은 그냥 수동 기어 달린 차 중에 제일 싼 걸 집었다.

어린이집에 애들 데리고 오는 아빠를 가끔 보기는 하는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딸 데리고 오는 아빠는 처음 본 것 같다. 딸과의 다정한 아빠, 이건 내가 해보지 못한 삶이다. 아들들과의 우악스럽고 파이팅 넘치는 삶, 이건 내가 그 한 가운데에 들어가 있고.

일종의 '짐승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큰 애는 카봇에서 또봇 그리고 최근에 건담으로 넘는 중이다. 둘째는 딱지에서 팽이 그리고 요즘은 종이로 팽이 접기 단계다.

요즘 아이들이 제일 재밌게 듣는 얘기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3루타 얘기다. 열 번은 해준 것 같은데, 재밌다고 또 해달란다.. 아직 홍창기의 3루타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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