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태어나기 전에는 그래도 주말은 휴식의 시간이라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는 주말이 끝날 때쯤이면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멍하다. 좀 더 고된 때가 있고, 덜 고된 때가 있기는 한데, 별 차이 없이 일요일 밤이면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멍멍하다. 아내도 그런 것 같다.

확실히 코로나 이후로 삶의 긴장도가 몇 배는 더 올라간 것 같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거리와 공간 그리고 환기 등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오후에 애들 데리고 잠시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책 반납하고 책 빌려주고 왔는데, 도서관 한 번 갔다 오는 게 무슨 비상 작전과도 같다.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50이 넘어간 이후로 특별히 더 슬프거나 분노하는 일도 별로 없고, 특별히 기뻐하는 일도 별로 없다. 화난다면 화낼 일도 많고, 기쁘다고 하면 예전 같으면 길길이 날뛰며 기뻐할 일도 있던 것 같은데, 대체적으로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편이다. 감정의 진폭도 내 삶과 관련해서는 크게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주말이 끝날 때쯤이면 이래저래 멍한 상태가 되는 건 이제 습관과도 같다. 주중에 정신 없이 지나고, 주말에 더 힘들어지는 이 패턴은.. 육아후유증 보다는 육아증후군과 더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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