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놓고 여러 사람들이 공무원 등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연락을 해오셨다. 청년들이 고시만 보려고 하고, 취직 준비만 계속 한다는 거다. 

공무원이 나랏님 행세하면서 거들먹거리고, 자기들만 편한 세상 만드는 거 나도 싫기는 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공공 부문이 oecd 평균에 비해서 아직 부족하다. 늘어나기는 늘어나는 게 맞다. 그리고 동시에 임금도 좀 낮추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공무원 수 줄이고, 공기업에 비정규직 늘이고,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나? 해결이 안 되지 않느냐.. 그렇게 얘기했더니, 알았다고들 하고 전화 끊는다. 

얘는 찬성이네.. 아마 그리들 생각하셨나 보다. 

미국이나 영국의 정치에서 최근에 황당한 일들이 생겨나는 것들이, 격차 사회를 너무 오래 방치하거나 정치적으로 조장하면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져도 그걸 막을 수가 없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문제다. 

우리도 격차 사회 특히 청년들의 격차 사회가 너무 오래 방치되어 있어서 생겨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중산층이 강한 나라가 튼튼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가 일해서 중산층에 편입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경제 시스템 중에서 아직까지는 가장 강하고 효율적이라고 알고 있다. 여기에 기여하지 않는 제도는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나쁜 제도이고, 부동산 같이 노동의 가치를 우습게 만드는 정책은 악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여기에서 딱 딜레마에 빠졌다. 적당히 부동산 처리하면서 노동가치가 아주 우스워졌고, 고용 문제 특히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해서 사실상 손을 방기한 거 아닌가 싶다. 

정책만으로 놓고 보면 해법이 없지는 않다. 좀 복잡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재설계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청와대는 정책에는 별로 관심 없고, 정치와 지지율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사태의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다. 

더 이상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면 미국과 영국이 코로나 국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무슨 정책도 통하지 않는 순간이 오게 된다. 지금이 그걸 막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시점이 아닌가 싶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처우 등 격차완화와 청년 고용의 총공급 정책 등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방식의 정책이 있다. 물론 돈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여기에 돈을 넣지 않으면 어디에 돈을 먼저 넣겠는가? 우선 순위 설정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윤석범 선생님 학부 수업 시간에 귀족이 칠면조를 먹고 배불러서 뱉으면 그릇을 가지고 있다가 그걸 담아주는 하인이 있었다는 소설 속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 하인이 점점 살이 오르고 보기에 좋아졌다는 거다. 귀족이 뱉어낸 칠면조 고기를 하인이 먹었던 거란다. 우리가 만드는 경제에서 누군가는 배가 터지도록 먹고, 누군가는 그걸 또 줏어서 먹고, 그렇게까지 가면 안 된다는 게 그날의 결론이었다. 나는 그 얘기가 너무 감명 깊었었다. 

지금 우리가 그러게 생겼다. 

더 큰 비극으로 가기 전에, 정책적 방어벽을 칠 마지막 순간이 아닌가 싶다. 더 늦으면, 이제 우리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너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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