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로 살아가면, 말수가 줄어들게 된다. 가만히 있는 게, 이것저것 의견을 내서 사람들 경악하게 만드는 것 보다는.

같이 회사 다녔던 사람들 중에서도 내가 진짜로 가졌던 생각을 어느 정도 아는 경우는 드물다.

하고 싶은 말, 시시콜콜이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50이 넘어서 문득 돌아보니까, 이게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아주 주책 맞게 맹활약만 계속 얘기하는 성공한 일부 빼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 중에는 아주 수다스럽고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고, 매우 과묵하고 거의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고.

보수로 살아간 남자들 중에는 아주 수다스러운 사람들이 종종 있다. 때로 대구 아저씨들이 매우 수다스럽던, 특히 술 마시러 가면.

돌이켜 보니까, 전라도 출신 친구들도 다 같이 모일 때에는 말수가 적었던 것 같다. 한국은 오랫동안 지역 차별이 체질화된 사회였다.

서울에 온 경상도 아저씨들이 목소리 높일 때, 목소리 낮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시대가 변한다.

DJ 시절에는 홍어회를 먹는 경우가 많았고, 매생이국을 전라도를 고향으로 둔 실장이랑 밥 먹으면서 처음 먹어봤다.

노무현 때에는 특별히 유행한 음식이 별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전히 청와대 인근의 홍어회집에 가면 청와대에 파견 온 높은 아저씨들과 옆 테이블에서 만나고는 했다. 부산 음식이 유행할 게 별로 없다. 여전히 부산 최고의 음식은 회다. 음식에 소금 좀 덜 넣었으면.. 정부랑 상관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에 새로 팍 퍼진 음식이 보리굴비였던 것 다. 일본식 녹차물에 밥 말어먹던 게, 그 시절에 엄청 유행했다.

명박 때에는 하여간 과매기들 어마무시하게 먹어댔다. 그냥 많이 먹는 정도가 아니라 슈퍼에도 가을이면 쌓아놓고 팔았다. 생각만 해도 코끝에 비린 맛이 돈다. 이젠 과매기 안 먹고 싶다. 명박 때 기억이 너무 많이 난다.

근혜 때에는 한정식 전성시대였던 것 같다. 하여간 죽어라고들 한정식 먹던. 한식 세계화한다고 난리치던 시절, 모였다 하면 돈이 있든 없든, 한정식집이었다.

특별한 음식은 주류의 형성과 함께 움직인다. 문재인 시절, 무슨 음식으로 이 시기가 기억될까?

주류의 교체라고 하는데, 어투와 음식, 이런 것들이 확실히 문화적으로 시대가 변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나는 좌파를 선택하면서 비주류로 살게 되었고, 행위자 보다는 관찰자의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나의 '맹활약'을 얘기하기 보다는 남의 맹활약을 들어주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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