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후배, 김종철 술 사주고 왔다.

죽도록, 밤새도록 술 마시고 싶었지만, 애 봐야하는 아빠가 그럴 수는 없고.

노회찬 죽고..

내 인생관도 바뀌었다.

노회찬 시절의 친구들, 틈만 나면 밥도 사고, 술도 사고. 전화도 건다. 하소연도 들어주고, 심통도 들어주고, 뭐라고 하면, 미안미안, 내가 잘 못했다, 사과도 하고.

우리는 좋은 세상 만든다고 폼만 잡았지, 서로 잘 못 챙겼다.

요즘 나한테 30분씩 전화통 붙잡고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술먹고 울다가 생각나서 문자 보낸다고 하는 사람들도있다. 그리고 밑도끝도 없이 섭섭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괜찮다.

우리의 운동이 어려워서 그렇다.

종철이랑 같이 술 먹고 같이 운동하던 우리들의 친구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그 시절,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그렇게 일찍 죽을 줄 몰랐다.

나는 아직 괜찮다. 살 좀 찐 거 말고는 내 자리에서 잘 버틴다. 먹고 살만하다.

틈 나는대로, 맛 있는 거 같이 먹고, 시간 나는 대로 좋은 술도 같이 먹고, 여유 되는대로 수다도 떨고..

좋은 세상 만든다고 했는데, 우리는 다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너무 많이 죽었다.. 이렇게 친구들이 많이 죽을 줄, 나는 30대에 미처 몰랐다. 그 시절, 우리는 미처 몰랐다.

집에 돌아왔더니, 간만에 좋은 술 마셔서 고마웠다고 문자가 와있었다.

나도 즐거웠다고 문자 보냈다.

니가 맞니, 내가 맞니, 우리는 30대에 죽도록 싸웠다. 틈만 나면 삐지고, 심통 냈다. 그걸 우리는 사상이라고 불렀다.

개뿔이다..

죽지만 않으면, 그깟 무슨무슨 위스키, 그게 무슨 상관이랴.

다시는 단 한 명도 나의 친구들을 노회찬처럼 보내고 싶지 않다.

좀 놀고, 좀 마시고, 좀 택도 없는 소리 좀 하면 어떠냐. 살아있어야 친구고, 살아서 웃어야 친구지.

나는 친구들 비위 맞춰주고, 농담하고, 맛있는 거 사주면서 여생을 보내도 좋다.

살아있을 때 잘 하자, 노회찬에게 배웠다..

그리고 가능하면, 살아서 영광도 보고, 빛도 보자.

세상이 먼저가 아니다. 삶의 즐거움이 먼저다.

명랑할 수 있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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