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나한테 엄청 고맙다고 하는 경우는, 대개 실속 없고 속내 없이 도와주기만 한 경우다.

하루 종일 길게 죽도록 힘들게 돌아다녔는데, 고맙다는 소리는 엄청 들었다. 뭔가 또 부탁을 해서, 하겠다고 대답하면 안 된다고 마음의 소리가 얘기하는데, 분위기가 어색할 것 같았다. 한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막 박수 친다. 망한 거 같다.

고맙다는 소리는 엄청 들었는데,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밥 먹는 걸 까먹었다. 너무 힘들어서, 저녁도 그냥 돈가스 시켜 먹었다. 돈가스 막 퍼먹다 보니까, 참 내가 오늘 점심을 안 먹었지. 어쩐지 너무 힘들두만.

큰 애가 "아빠, 내일 다섯 끼 먹어.." 웃었다. 얘들은 기본이 네 끼다.

집에 와서 메일을 열어보니까, 뭐 와달라, 뭐 해달라, 메일이 엄청 와 있다. 다 해주면 고맙다는 소리는 들을 것들이다. 뭐, 내게 도움 되는 일은 1도 없는.

잠깐 정신 없이 지나간 오늘 하루를 뒤돌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고맙다는 얘기 안 듣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너무 실속 없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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