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기는 하는데.. 애들 일정따라 살면서 가끔씩 다른 거 끼워넣는 방식으로 몇 년을 살았더니, 바이러스 정국에서 시간 개념이 흐릿해졌다. 한 주가 오는지 가는지, 심지어는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 이런 것도 잘 모르겠다.

물론 올해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2월에 벌써 끝났어야 하는 것들이 그냥 물렁물렁한 삶 만큼이나 물컹물컹하게 밀려온 것들. 시간이 그냥 가도, 내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헐렁헐렁하게 살아간다.

이방원이 그랬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딱 내 삶이 그렇다. 뭐, 그렇기는 한데 "백년까지 누리리라", 그딴 건 없다. 속 편하게 살기는 하는데, 그냥 속만 편하다. 그래도 속도 불편한 것 보다는 낫지 않겠냐, 그렇게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

머리 속에 일정표가 아직 있기는 한데, 흔적만 남아 있는 듯, 아주 얇은 실 한올 걸려 있는 것 같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동료들과 합숙을 하기 위한 일정을 짜고 있어야 하는데.. 그야말로 흔적만 남은.

이미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 그리고 별 볼 일 없을 것 같아서 하지 않은 일, 여기에 꽉 막혀서 어디서부터 다시 들어다봐야 하는지 현기증 나는 문장들의 덩어리.. 그런 게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서로 충돌을 하는데, 이것도 에너지가 별로 없어서 기억의 한 구석에서만 가벼운 충돌.

뭔가 지금 일정과 많이 벗어났다는 희미한 기억만. 일정은 먼 곳으로 갔지만, 바이러스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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