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 중에서 가장 어떻게 하기 어려운 것이 분노가 아닐까 싶다. mb 서울시장 되고 일 같이 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 시절 치고도 꽤 높은 자리였다. 며칠 고민은 했는데, 되었다고 했다. 인생의 갈림길 같은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가끔 그 시절 생각이 나는 게, 명박 시대, 성격도 버렸고, 삶도 개판이 되었다. 되는 둥 마는 둥, 정말 그렇게 살았다.

그 정권 내내 분노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근혜 시대.. 분노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 시절, 분노하는 나에 대해서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그 시대가 거의 끝나갈 때, 큰 애가 태어났다.

2016년, 분노를 내 몸에서 떼어내기 위해서 노력한 게, 아마 그 해에 한 일의 거의 전부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분노가 나에게서 사라졌느냐, 그런 건 아니다. 가끔, 빡 돈다.. 그렇지만 그 상태에서 뭔가 하거나, 결정하거나, 그런 일은 안 한다. 분노를 막을 수는 없지만, 분노한 나에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정도로 약속을 하는 정도는 할 수 있다. 며칠 아니, 몇 분만 잠시 생각해보면 분노는 금방 사라진다.

최근에 내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은 덜 분노하는 게 아니라, 훨씬 귀찮은 일을 안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다. 특히 나를 위해 하는 귀찮은 일, 절대로 안 한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

분노를 덜 하니까, 열심히 사는 것도 사라졌다. 그래서?

살살 살고, 꼭 필요한 일만 한다.

작년부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그냥 들어주기만 하고, 별 뾰족한 답이 없을 때 "방법 없다"는 정도만 얘기를 한다. 사실 혼자서 얘기하다가 혼자서 답을 찾는 것 아니겠나 싶다. 해라, 하지마라, 그런 얘기는 거의 안 한다.

그리고 "나는 아무 것도 안 한다"는 답만 한다.

삶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살려고 한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악플 다는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난 아무리 짬을 내도, 그렇게까지 여유가 나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지는 않는다.

분노하지 않고, 열심히 살지 않고. 그렇게 살면 분노가 눈을 가려, 뭔가 아주 이상하게 판단하는 일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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