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강연 부탁이 왔는데, 돈이 느무 적다. 사장이 잘 아는 사람이다. 너무 적다고 했더니,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조금 더 모아본다고 해서, 그건 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별로 안 가고 싶은데, 그냥 가기로 했다. 요번달 다음달 강연이 다 연기되었다. 바이러스 때문에 애들하고 지지고 볶는 와중에 강연까지 갔으면 더 난감할 뻔했다.

요 며칠 강연 에이전시에서 몇번 연락이 왔었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지금도 강연은 안 하는 게 원칙이다. fta 문제나 농업 같은 경우는 시민운동의 연장으로 하는 거라서, 시골구석까지 다 찾아가면서 했다. 그렇지만 운동 차원에서 하는 거 아니면, 강연은 기본적으로는 안 한다.

요즘도 가끔 강연을 하기는 하는데, 신세진 사람에게 부탁이 오거나, 직장 민주주의처럼 사회적 운동 차원으로 얘기하는 경우 아니면 도서관에서 부탁오는 경우, 요 정도만 최소한으로 한다.

그러다보니까 에이전트 통해서 강연을 하거나 그럴 일은 없다. 강연 많이 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기도 하고, 매니저가 있는 경우도 봤다. 그거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난 그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다.

유료 강연도 안 한다. 책을 돈 받고 파는데, 강연까지 유료로 하는 건 좀 그렇다.

이래저래 가리는 게 많다. 대표적으로 안 하는 게, 기업에서 하는 연수교육. 이게 돈을 많이 준다고 많이들 하는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까지 해서 먹고 살아야 할 정도가 되면, 책을 그만 쓰겠다는 게 처음 책 쓰면서 했던 결심이다.

딱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책을 통해서만 하고, 그 외에는 일절 안 한다가 처음의 결심이었는데.. 뭐, 가끔 신세진 사람들이 부탁하면 어쩔 수 없고, 그 정도 선에서만 한다.

10년 넘게 그렇게 했는데, 세 끼 밥 입에 들어가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 저금도 좀 하고.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2년치 생활비 정도는 가지고 살아간다. 가끔 후배들 만나면 술 사줄 정도는 된다.

이것도 안 한다, 저것도 안 한다, 엄청 까탈스럽게 원칙을 정해놓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돈이 다가 아니다. 유명해지는 것도 다가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 한번 그러기 시작하면,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그런 난감한 상황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 지옥에 가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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