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이 안 팔리는 시대가 되니까, 책 쓰기가 몇 곱 어려워졌다. 사회과학은 더 그렇다. 내용만 읽을 수 있게 정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그 정도 해서는 거의 아무도 안 본다.

사회에 대한 생각은 서로가 다르다. 그래서 자기 편 아니면 보나마나 집어던진다. 자기 편이면? 어차피 아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또 안 본다. 그렇다고 진짜로 이걸 아느냐고 말하는 것은 바보 짓이다. 왜 내 맘을 몰라주느냐고 말하면, 최상급 바보다. 생각이 달라도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생각을 해보자고 최소한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쓰지 못했다면, 일단 그 판은 판 접고 철수하는 게 상책이다. 글 쓰기 전략에서 실패..

물론 가끔은 팬심으로 책을 사주기를 기대하는 전략을 쓰는 사람도 있다. 방송 죽어라고 나가고, 뭔가 진행하는 '굳은자'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2016년에 많은 것을 결정했다. 아마 결정적인 게, 광주의 한 공기업 사장 제안을 받지 않았을 때였을 것 같다. 그 전에 더 높은 자리도 몇 번 왔었는데, 그 때는 그만큼 고민을 하지 않고, 그냥 싫다고 했었다.

그 때, 앞으로 공직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마침 그 시절 라디오나 그런 거 진행하면 좋겠다는, 정말 고마운 제안도 많이 왔었다. 그런 것도 다 안 한다고 했다.

팬심으로 책을 판다.. 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출판사 사람들이 꽤 많은 얘기를 했었다.

그렇게 책을 팔아야 한다면, 책을 안 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을 했다. 돈 벌려고 책 쓰는 건 아니다. 뭘 해도 이 정도 노력하면 책 쓰는 것보다는 돈을 많이 번다.

그 이후로 책을 파는 방법에 대한 신경 같은 건 딱 껐다. 그 힘을 스토리 보드 만들고, 구성을 더 감성적으로 하거나, 이런 데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딱 50권까지는 어떻게어떻게 써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 후는? 모른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하지만, 책을 더 팔기 위한 노력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책을 쓰고 싶지는 않다. 최소한의 존심 같은 거다.

2.
농업 경제학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10만 명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으로 만들겠다는 게 처음의 목표였다. 현실적으로는 2천 권 팔기도 어렵다. 최대치로 잡으면 3천 권이다. 그래도 나는 10만 부 짜리로 디자인하겠다는 게 작업 시작할 때의 목표였다.

안 그러면, 아무 변화도 안 생긴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독하게 마음 먹지 않아도 할 수 있던 일인데, 요즘은 택도 없다.

그 중간에 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이런저런 책을 해보자고 했다. 그 중에 몇 개는 정말로 잘 팔릴 만해보이는 소재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책 팔려고 책 쓰는 게 아니다. 지금 와서 그런 걸 하면, 지나온 내 삶이 너무 불쌍해보일 것 같아서, 그렇게는 안 한다.

긴 기간을 이렇게 살면서, 나도 많이 내려놓았다. 포기한 것도 많고, 내려놓은 것도 많다.

그렇지만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작은 소망 하나를 내려놓은 적은 없다.

3.
농업 경제학 딱 절반을 넘어가면서 번잡하게 펼쳐진 사연을 묶으면서 나가야 할 필요가 생겼다. 초반 갈등을 이제는 꺼내놓고 좀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

후반부로 넘어갈 동력, 그런 게 필요하다.

근데.. 그게 어렵다. 며칠 동안 청와대에 있는 아찌 등 예전에 농업 같이 했던, 꽤 많은 사람들과 차 한 잔씩 했다. 나도 하도 조용히 살았더니, 그 사이에 농촌경제연구원장이 바뀐 것도 몰랐다.. 지난 여름에 그만뒀잖아요, 모르셨어요? 윽. 잠깐만 검색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을 모르고 차를 마시다니. 귀밑이 다 빨개질 정도로 창피하고 미안해서.

4.
후반부에 첫 장인 5장 제목이 필요하다. 사실 이걸 못 잡아서 1주일 동안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결론에 쓸 마지막 개념인 primitive industry라는 개념은 좀 전에 잡았다. '본원적 산업' 혹은 본원 산업 정도의 개념으로 쓰려고 한다. 원래는 맑스 용어에서 파생시킨 거다. 자본론 최고 번역본을 로이 본이라고 했는데, 사위였던 로이의 영향 때문인지, 맑스는 불어를 개념어로 잘 사용했다. 로이본에 나왔던 '위험한 도약'이라는 개념이 대표적으로.. 그래서 그걸 중요한 버전으로 쳐준다. 본원이라는 용어가 그런 이유로 맑스가 유행시켰던..

네 장에 걸쳐서 거기까지 배달할 첫 꺾기가 들어가는 5장의 제목은..

아직 못 잡았는데, '언플러그드'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늘 아침에 했다. 원래는 에릭 클랩턴이 유행시킨 앰프 빼고, 그런 의미인데..

게임 중독인 중학교 2학년 소년 둘, 소녀 둘에게는 좀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어를 쓰고 나니까 붙여서 쓸만한 개념이 마땅치가 않다. 영어 찍찍 쓰는 거, 나도 좀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대안이 잘 안 떠오른다.

아주 예전에..

세검정 살던 시절 발달 장애인 어린이 한 명이 집에 놀러왔는데, 마침 마당에서 감자 캘 날이었다. 그걸 해보라고 했는데, 줄기째 나오는 감자를 보면서 정말 해맑게 웃던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 때 느낀 감정이 너무 커서 여기까지 얘기를 끌고 온 건데..

폭발시키기가 어렵다.

살다보니까 초등학교 장애인 교육에 행정적으로 좀 관여하게 된 일이 있었다. 30대의 일이다.

감정은 기억이 나는데, 그걸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오후에는 5장 제목을 잡는 게, 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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