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주기로 한 글 두 개가 거의 동시에 마감이 다가온다. 단행본에 들어가는 글 하나, 영어로 번역되어서 나가는 잡지에 하나. 들어가는 품에 비하면 이런 글들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도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눈물 겨운 일이라.. 매번 쓸 수는 없어도 가끔은 이런 글을 쓴다. 예전 당대비평에 글 쓰면서 사실상 내가 한국 사회에 데뷔한 셈이라. 생각해보니까 그 때가 30대 중반이었던 것 같다.

경제학계에서 주로 했던 농담 중의 하나가.. 30대에 중요한 작업을 하고, 죽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게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길. 사실 보통은 그렇다. 할아버지가 되어서 상을 타지만, 주요 업적은 그 시기에 나온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살면서도 가끔 떠오르기는 한다. 그런 미련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것이 나이 먹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어제 잠깐 여의도에 갔다가, 아마도 유시민은 출마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뭐, 결국 본인 밖에는 모를 일이지만. 하여간 보해에서 나오는 술 모델에 유시민 얼굴이 박히면서 그렇게들 해석하는 모양이다.

글쎄..

내가 아는 유시민은 출마하지는 않을 것 같다. 출마도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서 그가 하는 행동들을 해석하면, 너무 좀스러운 인간처럼 그려진다. 나는 안 한다에 한 표.

여의도에는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다음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고, 총선 끝나자마자 다음 총선 얘기를 한다. 상대적으로 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얘기는 양념 정도로.

1년 넘게 임종석에 대한 얘기가 어마무시하게 많더니, 요즘은 유시민 얘기가 많은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바램과 현실에 대한 혐오, 그런 게 적당히 합쳐져서 이런 수많은 루머들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탕크의 돌은 미래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살짝살짝 틀린다. 그래서 그것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결국은 미쳐간다. 여의도의 분위기도 약간 그런 오탕크의 돌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몇 번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미래를 예측하고, 적당한 하마평을 하지만.. 지나 보니까, 그런 얘기가 딱 들어맞았던 적이 별로 없다.

가끔 안철수에 대해서는 그런 아쉬움 같은 게 남는다. 2012년 대선 할 때에는 안철수는 본 적이 없었다. 그 뒤에는 좀 자주 봤다. 교보에서 강연할 때, 안철수 부부가 왔던 적이. 사실 좀 당황하기는 했다.

그가 오탕크의 돌을 너무 많이 보던 정치인,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이태규와 잠시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안철수의 오탕크는 이태규였을까? 모를 일이다. 하여간 그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변신을 하면서 국회의원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한국 사회를 정리하는 글 두 개를 구상하면서, 잠시 최근에 만나본 사람들이 해준 얘기들을 회상해보았다. 다음 대통령은 뉘귀? (그거 알면 우리가 이렇게들 살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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