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이다. 나도 가끔은 이럴 때 밖에 나가서 술도 처 먹고 오고 싶기는 한데.. 큰 애 감기 끝에 폐렴 직전이라 초비상. 우중충하게 집에 있다가, 밤에 수영장 갔다 왔다. 혼자 수영하면, 별 재미는 없는데, 할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어서. 금요일 밤에 수영하러 온 아저씨들, 할머니들, 그 사이에서.

수영은 하다말다 그랬는데, 진지하게 다시 시작한 게.. 나이 먹으면 골프가 운동으로는 최고라고 하는 할배들 꼴배기 싫어서. 그 때 내가 우리나라 노골프 운동 맨 앞에 서 있었다. 노무현 정권, 이제는 운동권들도 집권했으니까 골프도 해야 한다고, 서로 골프 권하던 그런 분위기. 이것들이 미쳤냐.. 뭐라 했는데, 세상 물정 모른다고 아주 지랄들이었다.

진짜들 더 열심히 골프들 쳤다. 나중에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유시민은 새만금을 골프장으로 덮자고 하고.

나는 그 시절에 골프장으로 달려간 운동권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뭐라도 운동을 해야하니까, 수영을 좀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운동효과는? 뭐, 사람 만나서 얘기하는 걸 주로 술집에서 했으니까, 운동 하나마나였을 거다. 요즘은 그나마 술집에서 만나는 것도 거의 안 하니까..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거의 안 만나는.

수영하다 보면, 나한테 그래도 골프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던 사람들, 일부러 더 골프장에서 모임을 하던 사람들 생각이 나기도 한다. 니미럴, 니들 안 보고 만다.. 그랬드랬다.

등산을 결정적으로 안 하게 된 건? 학위 막 마치고 왔더니, 할아버지들이 등산을 좋아해서 몇 번 따라갔는데.. 막내라고 라면 끓이라는. 캑캑 거리고 산에 올라가서 라면 몇 번 끓이고는, 아무리 좌파라도 등산하는 사람들하고는 안 논다.. 팍 끊어버린.

돌아보니, 나도 성질 좀 더럽긴 더럽다. 그런 거 좀 맞춰주고, 대충대충 해주면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이거슨 아니지", 그냥 칼 같이 짤라버린.

수영장에서 생각이 주는 게 아니라, 지난 옛날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이 난다. 학위 논문 쓰던 시절에는 수영하면서 논문 구절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건 20대의 일이고, 이제 나는 괜히 남들한테 섭섭한 생각이나 나는 50대.

미울 것도 없고, 섭섭할 것도 없는, 그런 경지는 아직도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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