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학과 구청 한 군데에서 강연 요약서를 보내 달라고 했다. 강연 자료도 다 보냈는데.. 대학교에서 강연도 a4 1장으로 요약하고, 프로필도 자기네 양식으로 다시 정리해달라고 한다.

순간 빡쳐서..

책 한 권을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해달라는 게, 저자한테 실례 아니냐고, 안 한다고 문자 딱 써서 보내려고 하다가.

잠시 심호흡하고.

원래도 안 할 생각이었는데, 12월부터 내년 봄까지는 일단 강연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년 봄부터는? 그것도 봐서. 어지간하면 안 할 생각이다. 특히나 대학 강연은..

2003년부터니까, 시민단체 등 강연을 한 게 15년 정도 된다.

그 사이에 강연료는 더 내려갔고, 이것저것 행정 절차라고 내놓으라는 게 너무 많아졌다.

예전에는 칠판 가지고 판서하면서 강연했다. 사실 내용은 그게 훨씬 낫고, 훨씬 더 다이나믹하다.

나중에 하도 이것저것 내놓으라는 게 많아져서, 나도 그냥 파워포인트 만들어서 줘버렸다. 그러면서 마음은 안 좋다. 이게 녹음기도 아니고, 뭐냐..

그런 것까지는 그래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니까, 참았는데, 도저히 못 참는겠는 건, a4 1장 요약해달라는 거.

이건 아직도 안 한다. 400페이지 가량 책을 썼는데, 그걸 한 장으로 무슨 수로 요약하냐.. 그것도 저자가 직접.

매번 실랑이 하는 게 싫어서, 강연을 점점 더 줄여서, 이제 조금만 더 줄이면 아예 안 하는 경지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할 거면, 저는 안 합니다.. 이렇게 문자 보내려고 하다가, 잠시 참고.

이번 거는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한다고 한 내 잘못도 있으니까 하고.. 내년부터는 이제 지인들이 부탁하는 정말 특별한 경우 아니면 안 한다.. 탁, 마음 먹었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데, 사람들 앞에 이렇게 자꾸 서야하는 고약한 벌을 받고 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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