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강연..

11월 27일날, 박래군 선배한테 부탁받은 손잡고에서 하는 강연이 있다. 괜히 마음 짠해진다.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하자고 몇 년 전에 손잡고 만들 때 나도 연명했던 기억이다. (그 때 나에게 연락한 사람이 조국 선생이었던 기억이.. 하여간 그 시절에 같이 이름 올리자고 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아마 올해 손잡고 강연이 마지막 강연일 것 같다. 강연을 아주 안 하는 건 아닌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게 나름 원칙이다. 올해는 농업경제학 준비 때문에 가급적 10대들 만나는 시간을 늘리려고 고등학교 강연도 많이 했다. 그것도 이제 다음 주부터 농업경제학 쓰기 시작하니까, 마무리다.

원칙은 한 달에 한 번이라고 하지만, 하다보면 강연은 그것보다는 많이 하게 된다. 신세진 사람이 부탁하면 하고, 시민단체 어려운 데에서 부탁하면 하고. 강연으로 몇 억 벌었다고 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열심히는 안 살고 싶다.

작년부터 새로 시작한 게, 12월부터 2월까지, 눈 오는 기간에는 강연은 안 한다. 올해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어지간한 경우 아니면 지방 강연은 운전해서 간다. 부산도 두 번에 한 번 정도는 운전해서. 광주는 ktx 타는 일이 드물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눈 오는데 운전하는 건 힘들다. 초록정치연대 하던 시절에는, 단체 일이라서 겨울에 눈 올 때도 뚫고 가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아니라서, 눈 오는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강연을 안 한다. 생각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는 작년에 처음 그렇게 했다.

올해도 그럴 생각이다. 겨울에는 강연도 안 하지만, 방송도 정말 특별한 거 아니면 안 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다. 나는 남 앞에 서는 게, 정말로 불편하다. 좀 힘든 데 참고 하는 게 아니라, 많이 힘든데 참고 하는 것이다. 시민운동 상근하던 시절에는 싫어도 참았다. 야당 시절에도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하니까, 싫어도 참았다. 지금은 여당이다.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워낙 많은데, 나까지 싫은 것을 참으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길게 보면.. 강연을 언제까지 할까, 그런 생각도 가끔 해본다. 지금까지 36 권을 썼고, 37 번째 책이 에디터 손에 넘어가 있다. 기왕에 시작한 거, 50권까지는 채우려고 한다. 책 나오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강연 같은 게, 그 때쯤 되면 끝날 것 같다. 그 뒤에 뭐하고 살지, 아직은 생각해둔 게 없다. 그렇지만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거, 이런 재미없는 방식으로 인생의 뒷부분을 살고 싶지는 않다.

막스 베버가 전략적 합리성과 가치적 합리성을 구분한 적이 있다. 삶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나도 가치적 합리성을 가지고 살고 싶다. 전략.. 한 때의 일이어야지, 이게 삶의 모든 것이 되는 건 좀 그렇다.

나는 이기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고,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 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삶에서, 이기는 것은 없다. 그리고 이긴다고 더 재미 있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스포츠가 아니다. 그냥, 내가 살던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것,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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