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 개학 첫 등교날, 교과서 가방이 어마무시하게 무거웠다. 게다가 둘째 어린이집에서는 오늘 현장학습 가는 날, 어린이 합창 보러 간단다. 맞춰 가야하는 시간이 있는 날. 아내는 큰 맘 먹고 걸어서 큰 애 학교까지 데려다 주려고 했지만.. 아침에 어찌어찌 하다보니 늦어져서, 결국 전부 데려다 주는 셔틀을 한 번 운행.

겨울방학까지 이와 비슷한 패턴으로 살게 되고, 겨울방학이 되면 잠시.. 죽어난다.

책을 쓸 때, 그 배경이 되는 지역을 몇 번이고 방문하고, 간 데 또 가고, 또 가고 그러면서 느낌을 잡아간다. 그냥 텍스트만 가지고 있으면, 감정이 만들어지지가 않는다.

10대에 대한 책 두 권을 준비하면서, 작년, 올해, 어지간한 고등학교 강연 요청은 다 간 게.. 그래도 좀 옆에서 보고, 질문도 받고, 질문도 해 보고, 그러면 나중에 감정에 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원래는 올 겨울방학은 부산에 한 달 정도 큰 애 데리고 가서 지내려고 했다. 그런데 여름방학 지내보니까, 이게 택도 없는 얘기다. 나 혼자 큰 애 데리고 부산에서? 우와. 택도 없다.

최근에 김해 등 부산 근처에서 오는 부탁이면, 어지간하면 다 가려고 하는 게.. 몰아서 가기 어려우면 토막토막, 작게라도 가보려고. 부산에서 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집중적으로 가면 점점 더 공간이 눈에 돌아온다.

"니 책은 누가 사주는지 아냐?"

어떤 고매하신 분께서, 요렇게 댓글을 다셨다. 잠시 댓글을 보다가, 순간 깨달음이 왔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누가 사라고 책 쓴 적은 없다.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움직인 것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보면 좋겠다는, 당연한 그런 작은 희망 정도가 있지만..

생각해보니까, 팔리기 위해서 책 쓴 적이 없다는..

앞으로도 그럴려고 한다. 언젠가는 나도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팔리기 좋은 책을 쓸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그 날이 오면, 책 쓰는 일은 작파할 것 같다. 약간의 존심이다. 의미가 있어서 쓰는 거지, 팔기 위해서 쓰는 거라면, 책 쓸 필요 없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그 정도 자세는 앞으로도 지킬 것 같다.

하여간 올해부터 내년까지, 부산 근처에 가능하면 자주 가려고 한다.

김필 등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를 들으면서. 난 잘 이해하기 어려운 감성이라는 생각이 듣기는 했다. 그래도 수십 번 들었다.

부산 보수들의 감성을 좀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서울 보수는 좀 알 것 같다. 서울 빽구두 아저씨들에 대한 기억 같은 게 좀 있다. 그렇지만 부산의 보수들은, 정말로 잘 모르겠다.

모르면 알 때까지, 최소한 느낌이 올 때까지..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경제학 원론..  (0) 2019.09.05
눈을 더 낮게..  (2) 2019.09.03
친한 사람이란..  (2) 2019.08.26
일상의 루틴..  (1) 2019.08.19
주문진 등대..  (0) 2019.08.17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