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꽤 많은 글을 이미 써줬고, 적지 않은 글들을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힘들겠다고 사양했다. 그래도 요 며칠 내에 써줘야 할 글이 두 개나 남은 걸 보고, 확 짜증이 생겼다. 저녁은 아내가 해서 겨우겨우 먹고, 이것저것 좀 치우는데 둘째가 갑자기 등뒤로 타고 넘어서 확.. 에고, 큰 애인 줄 알았는데, 둘째다. 그야말로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랴. 성화는 부려서 무엇하려. 뭐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그냥 웃고 만다.

화는 잘 안내지만, 그 대신 요즘은 짜증을 좀 낸다. 다 인격 부족이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무짜증 인생'이란 생각을 잠시 했다.

내 삶에 더 이룰 만한 뭔가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무슨 엄청난 일을 하고 싶지도 않다. 뭐, 마냥 놀고만 지낼 수는 없으니까 이것저것 고만고만한 일들을 조금은 하기는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화내지 않고 잘 지낼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짜증까지 안 나는 건 아니다만.

'무짜증 인생'을 한 번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편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편하기 위해서다. 남한테 티는 잘 안 내려고 하지만, 그래도 짜증이 아예 안 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내 수준에, 해탈은 어렵지만, 무짜증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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