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책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은하영웅전설 8권, 전체 다 읽고, 너무 힘들었다. 애들 하교 시키고, 아내한테 인수인계하고 저녁도 안 먹고 잤다. 그리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다시 큰 애 등교시키고.

만화책 몇 권 보는 게 이렇게 힘드냐.. 싶지만, 그것도 집중해서 보면, 캑캑. 불어책이랑 번역된 만화책 보는 데 쓰는 들어가는 에너지가 같다면.. 이게 노안의 비애다. 눈까리에 힘 탁 주고.

원본 소설책으로는 2권까지 본 것 같다. 원작이랑 만화랑 최근 나온 neo thesis 애니메이션이랑 싱크로율 높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 약간의 서브라인들 뺀 것 말고는 애니메이션하고 만화는 거의 비슷하다.

나에게 감명을 많이 준 것은 애니메이션 버전이다. 그건 더 짧지만, 그만큼 짧은 부분에서 순간적 감명 같은 게 있었다.

은하제국이랑 동맹군이랑 붙는데, 맥락을 제외하고 그 부분만 보면, 진짜 은하제국이 이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악이라는 게 있다면, 겨우겨우 도망치는 동맹군 함대를 재집결시켜서 전투를 하라는 장면.. 동맹국의 정치인들이 패전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순간적으로, 나는 '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만화 원작도 봤고, 소설도 그 부분만 따로 봤는데.. 그렇게 보면 그 느낌이 약하다. 아니, 별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한 에피소드씩 끊어서 보는 애니메이션 버전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고도의 밀도.

결국 그 밀도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하던 일 다 밀치고 일단 은하영웅전설부터 보게 만든.

원래도 청소년용 독서 에세이 리스트에 은하영웅전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래저래 겸사겸사, 목요일 부산 여행가기 전에 보게 된 건데..

계산은 했지만, 계산 안에 안 들어간 게, 만화책 보자마자 뻗어서 내리 잠만 자게 될 줄은.

기왕 잡은 김에 은하영웅전설 소설도 이번에 마저 다 읽으면 좋겠지만, 연말까지 전체적인 스케쥴링 같은 게 있어서.. 소설은 한 텀 미루고.

'전기의 역사' 책 한 권 사러 교보에 갔다와야 하고, 나간 김에 차 한 잔 마시기로 했고..

그렇게 토막토막 나는 시간에 '마션'을 읽기로 했다. 영화는 50번은 본 것 같은데, 원작을 아직 못 읽었다. 원작이 그렇게 기가 막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나는 아직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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