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신자유주의로 시대를 규정하는 표현이 유행을 했다. 나는 그 용어를 그렇게 자주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쓰는 시대의 용어라서 가끔은 썼다. 어쨌든 그 시절의 용어대로면, dj는 '완화된 신자유주의', 노무현은 '강화된 신자유주의'라고 평가했다. '괴물의 탄생'에서 그런 용어들을 썼었다. 명박은? '공사에 의한, 공사를 위한, 공사만을 위한', 그야말로 공사의 시대, 공사주의라고 봤다. 박근혜는 아주 어렵다. 사기를 친 건지, 본인 스스로 사기를 당한 건지, 밖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그냥 '순실의 시대'라고 하는 게 포괄적으로 더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순실이 원전은 물론 발전회사에도 막 자기 사람 꽂아넣는 거 보면서, 뭘 안다고 저 지랄인가 싶었다. 한국 영화의 1/3이 촬영을 한다는 남양주 종합촬영소도 버티고 버티다, 결국 순실 때 해쳐먹었다. 기가 차다.

그렇다면 지금 이 정부는 경제적으로 무슨 시대라고 불러야 할까? 이게 어렵다. 황교안은 '좌파 독재'라고 방방 거리는데, 그거야말로 기분학상으로 하는 얘기인 것 같다. 박근혜 탄핵 후 황교안은 권한대행이 되어서 막 무슨 포럼 같은 데 돌아다니고 그랬다. 자기의 경제관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했다. 이건 노무현 때 국정 과제가 된 개념이다. 지가 무슨 말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문재인 경제는 좌파 독재일까? 무능하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독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왕좌왕. 그리고는 실제 자기들끼리도 앉아서 논의를 하거나 회의를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독재는 독재를 하는 entity, 최소한의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글쎄다..

최저임금 가지고 좌파라고 방방 뜨는데, 실제 일본에서 최저임금을 극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몇 년간 끌고 가는 것은 잠깐 집권했던 민주당 정권이 아니라, 지금의 아베 정권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들이 춘투를 한다고 해서 - 예의 그 유명한 일본 노조의 춘투에 빗대서 - 공투라는 말이 다 생겼다. 황교안식으로 분석하면, 일본이야말로 좌파 독재인데, 다 알다시피 보수 중에서도 극우에 가까운 게 현 일본 정부 아니냐?

일부에서는 '우클릭'이라는 걸 들어서 급격한 보수화에 대한 지적을 하는데, 이것도 잘 모르겠다. 만약 지금 경제지표가 좋게 나온다면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일부 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기는 한데, 그나마 지표들이 안 좋으니까 결국에는 우왕좌왕으로 보인다.

어쨌든 제일 큰 특징은 언제나 변함없는 토건. 출발이야 어떻든 도심재생, 그것도 많이 변질된 도심재생으로 돈 때려 박고, 집값 오른다고 하면 얼씨구, 미니 신도시급 이상으로 '존심' 있게 하겠다고 하고. 총선 대책이니까 좀 봐주라는 말 흘리면서 예타 면제도 이미 했고, 여기도 이런 욕 안 먹고 그냥 재밌게 해보겠다고 예타 무력화도 착착 진행 중이고.

미안하지만 문재인 정권도 베이스는 토건이다.

4차 산업이라고 열나 멋진 표현을 다 걸더니 결국은 수소에 몰빵. 내가 수소 전면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위험이 있는 기술이라서 적절하게 포트폴리오를 하자는 것인데.. 너 나와봐, 니가 반대했지? (자꾸 전화해서 협박질이면 나도 확..)

교육 개혁은 - 뭐가 개혁인지도 모르겠지만 - 하여간 저 너머로 물건너 간 상태이고.

잘 하는 것도 부분적으로 있고, 심하게 못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만 그건 전또깡 이후로 한국의 모든 정권이 그랬다. 심지어 명박이도 집값을 잡는 신묘한 기술을 보여주었다.

종합하면, 토건은 강세, 혁신은 문과쟁이식 중앙형, 집값 관리는 결국은 빠가, 생활경제는 개판. 그걸 독재로 모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무능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말은 될 것 같고.

그게 지표로 모여서 일관되게 나오는 것은 지속적인 - 약간 더 빨라진 - 출산율 저하.

그런데 이걸 탓할 사람이 없는 게 현 정권의 특징이기도 하다. 누가 뭘 하는지, 어디서 뭘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런 걸 고민하는 단위가 없는. (내부적으로는 복잡하며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그렇게 된.)

그래서 아직 중간 턴을 돌지 않은 현 정부를 뭐라고 규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토건 + 무능 + 운동권 탑다운 + 공무원 관리 실패 + 새로운 아이디어 금지 + 그날 그날 때우기.

이걸 다 모아서 임시 가설을 세워본다면 '공보주의 정권' 정도? 공보 논리가 모든 것에 앞선. 그래서 결국 현 정권의 제일 큰 위기는 부패도 아니고, 무능도 아닌, 대변인 사태?

아직 나도 생각이 다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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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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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건 뭐 2019.05.18 1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확?
    재밌는 사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