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에 뭔가 부탁하는 일들이 오기 시작한다. 둘째 어린이집 가기 시작한 뒤로부터는, 그래도 낮 시간에는 좀 편하게 있었다. 큰 애 학교 들어간 다음부터는 등하교를 두 군데로 뛰어야 해서 좀 더 빡빡해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낮에 꼭 필요하면 차 한 잔 마시는 정도는 할 수 있다.

이제 큰 애 방학이 점점 더 가까와진다. 방학 때 뺑뺑이 돌리는 집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내가 데리고 있는다고 했다. 큰 애도 아빠 일 할 때에는 혼자 놀고 있는다고 한다. 나는 어린 시절에 방학 때 노는 게 너무 좋았다. 뭐, 그렇다고 방학 숙제를 미리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계속 걱정만 하다가 결국 마지막 하루 이틀 남기고 한꺼번에 몰아서..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나도 잘 모른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도 4년간 애들 등하교 하고, 방학 때면은 얄짤 없이 애들하고 같이 방학을 보내게 되는.

아침에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김기식이 검찰개혁 얘기하는 거 들었다. 참 오랫 동안 알고 지냈는데, 이 양반 인생도 진짜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최민식 대사처럼 "인생, 꼬있다.." 이 양반 미국 1년 갈 때, 그즈음 시민 단체에서는 미국에 1년 갔다오는 게 유행이었다. 나한테도 가보라고 하는 제안이 있었는데, 들은 척도 안 했다. 그즈음 썼던 원고가 '88만원 세대'가 되었다. 내 주변에서는 어지간하면 그즈음 한 번씩 갔었다. 그게 개인사의 불행이 시작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싶다. 얼마 전에 잠시 만난 적이 있다. 진짜 마음에 먹구름이 끼는 기분이었다.

뭔가 딱히 할 일이 없을수록 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으면, 그냥 논다. 혼자 놀기로는, 나만큼 잘 노는 사람도 별로 없을 듯 싶은.

그래도 큰 애 여름방학은 무섭다. 매일매일 데리고 어딘가 나갈 수도 없고. 이 나이에 자식 여름방학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아빠가 그렇게 흔치는 않을 것 같다. 이상은 먼 곳에 있고, 당장 몇 달 후에 닥칠 이 일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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