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그런 건 아닌데, 가끔은 글을 쓰다가 내가 우는 일이 있다. 울었던 책도 있고, 안 울었던 책도 있다. '88만원 세대'는 쓰면서 눈물이 난 적은 없었다. 울고 싶기는 했는데, 가급적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지나와서 보니까 책의 성공이나 판매와는 아무런 상관은 없다.

지금 쓰는 책은, 육교를 걸어가면서 계단 중간에서 머리 속으로 구상하다가 크게 눈물이 난 적이 있다. 육교 위에서 한참 눈물이 났었다.

그리고 또 덤덤하다가 오늘 아침에 눈물이 약간 났다. 일산에 사는 두 딸의 엄마에 대해서 쓰다가, 문득. 쓰던 거 잠시 내려놓고, 밖에 나가서 멍하니 서 있다 들어왔다.

책은.. 감정을 만드는 게 어렵다. 내가 감정을 만든다고 해도, 그게 전달이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억지로 감정을 만들면, 독자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그게 제일 어렵다.

일부러 감정을 만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글을 쓰다보면 감정이 생겨난다. 제일 절제하려고 하는 건, 분노다. 그건 거의 전달이 안 된다. 입장이 다르다고 하면, 1도 전달이 안 된다.

'모피아' 쓸 때는, 후반부에 많이 울었다.

제일 많이 운 버전이 있는데, 그 버전은 결국 쓰지 않았다. 엔딩 버전이 바뀌었고, 덜 우는, 그렇지만 스케일은 더 큰 엔딩 버전을 썼다.

가끔 그 생각을 한다. 많이 우는 버전이 나았을까, 덜 우는 버전이 나았을까? 최근에 드는 생각은.. 공포 버전이 있었으면, 그걸로 엔딩을 했었을텐데, 그 때는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들었다.

쓰면서 울거나 안 울거나, 결과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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