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통치

잠시 생각을 2019. 4. 20. 13:53

정치와 통치에 대해서 좀 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좀 받았다.

최근에 쓰는 책의 보조 주제 하나가 정치다. 물론 좋은 의미가 아닌 정치다. 통치는 govern 정도의 의미다. 정부가 governing을 하지 않고, 정치만 한다면? 이런 게 내 오래 된 질문 중의 하나다.

이런 생각을 시작한 것은, 1987년의 대선을 복기하던 과정이다.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 왜 그 때 노태우가 되었느냐, 물어봐야 같은 대답만 나온다. 그리고 결국 술만 마시게 된다.

보수 쪽 사람들은, 너네가 진 건 '수권 능력'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고 얘기를 했다. 도대체 저 야당이 수권 능력이 있을까, 그런 노태우의 캠페인이 유효했다는 거다. 우리는 양김의 분열 때문이다, 이런 표의 크기만 세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면 지역 감정..

그런데 실제로 노태우에 투표한 사람들 중에,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 찾아가 물어보니까, 수권능력이라는 참 택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대답을 했다. 물론 그건 보수의 오만이고, 이긴 자의 거만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여간 그 시절에 집권능력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정책과 정책 능력, 단순히 표를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통치는 힘으로 우악스럽게 할 수도 있고, 그래도 사람들이 느끼기에 좀 더 편한 나라를 만들면서 부드럽게 할 수도 있다. 나중에 평가는 갈릴 수도 있지만, 클린턴 시절에 경제 지표는 정말 좋았다. 경제학 교과서를 바꿔야 할 정도의 장기 호황이라고 호들갑 떨기도 했다.

여론조사가 일반화되면서, 부작용은, 통치는 사라지고 정치만 남게 된 것.

정부나 정권의 모든 행위가 대통령 지지율에 합산되어 이해되고, 또 실제로 청와대도 의사결정을 그렇게 많이 한다.

간단히 생각하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것을 잘 하는 것이 통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치만 너무 생각하면, 여론조사가 신경 쓰지 않는 것, 아니면 신문이 신경쓰지 않는 것은, 되거나 말거나, 그렇게 된다.

그래서 밑에서는 그냥 공무원들이 하던 대로, 실무에서는 오래된 전통대로, 적당히 해치우기도 하고, 해먹기도 하고, 그렇게 된다. 정치는 극도로 발달해도, 통치가 실패하는 경우가..

mb도 그렇고, 근혜도 그렇고, 통치는 실패한 것 같다. 보수의 수권능력은, 그들의 해쳐먹는 능력으로 전도되었다.

이 통치는 좌우의 문제도 아니고, 진보/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정치가 통치에 기여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가 통치를 붕괴시키는 지경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여기에서부터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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