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내일부터 아내는 다시 출근을 시작한다. 일요일 오후, 애들하고 야구하고, 쌀쌀한 날씨지만 놀이터까지 산책하고 왔다. 둘째는 야구 공 가지고 축구 연습했다. 나는 골키퍼. 주문이 복잡하다. 여섯 살 둘째는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골인. 그리고 다시 힙합풍의 동요 틀어주고, 애들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주말인데, 오늘 저녁은 아내가 밥 했다. 내가 사다 놓은 키조개 관자 굽고, 된장 찌게 끓이고.

여섯 살인 둘째가 2학년 마칠 때까지, 그러니까 앞으로 4년 간, 별 일 없으면 지금 같은 루틴으로 지내게 될 것 같다. 애들의 시간에 맞춰서 살면, 뭐 크게 바뀔 게 거의 없다.

이렇게 사는 게 재밌냐고 하면, 재밌지는 않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별 다른 대안도 없다. 만약 내가 엄청난 꿈이나 희망 같은 것을 사는 스타일이라면, 이런 삶이 따분할 수도 있겠지만.. 난 원래도 그런 게 없었다. 특별히 내 인생에서 기대하는 것도 없다. 그냥 이렇게 살면서, 하던 일들이나 주변 사람들 피곤하지 않게 제 때 제 때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그저 내 통장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넉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지금의 삶도 사실 감지덕지다.

둘째가 크게 안 아픈 지금과 같은 상황.. 더 바랄 게 없다. 이것만 해도, 별로 더 크게 바랄 게 없다.

요즘도 가끔 무슨 연구 같이 하자는 제안이 오기도 하고, 연구교수 같은 거라도 좀 하자는 얘기가 오기도 한다. 겸임교수도 몇 번이나 했고.. 지금 이 나이에 연구 교수씩이나, 그렇게 열심히 살기에는 삶이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헉헉대는.

큰 애 초등학교 담임도 애를 키웠던. 엄마들 카톡방 만들지 말라고 했단다. 오 예.. 이거거던.

큰 애 알림장에 보니까, 아픈 애들이 많댄다.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간 한 달, 큰 변화인데, 안 아픈 것도 이상하다. 큰 애도 살이 쏙 빠졌고, 초저녁에 머리만 닿으면 꾸벅꾸벅 졸거나 잔다.

인생, 별 거 없다. 연타석 병살타만 안 쳐도 삶은 그냥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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