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면서 몇 년을 지내다보니까, 화도 잘 안 내고, 짜증도 잘 안 내는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 옛날 같으면, 나 안 해, 연필 확 던지고 나갈 것 같은 분위기에서도.. 그냥 웃고 만다. 속으로, 이건 좀 살살하자. 이렇게 변한 게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다. 추진력, 결단력, 그런 것과 아주 먼 세계로 와 있는 것 같다. 그냥 아주 작은 몇 개의 일만 하기로 하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하기로 한 건 어지간하면 뚜벅뚜벅 하는.

얼마 전에 아는 작가 한 명이 나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저한테는 너무 그렇게 조심스럽게 대하지는 않으셔도 돼요. 설마, 돈 떼먹고 도망가실 분은 아니쟎아요 ^^..

뭐, 그렇기는 하다. 좀 천천히 하거나, 늦게 하거나, 별로 재미 없게 할 수는 있어도, 이제 그만하자, 황당하게 일을 엎어버릴 나이는 지났다.

내가 더 성숙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간과 고통을 견디는 능력은 훨씬 높아진 것 같다. 누군가 조롱하고 놀려도, 잘 참는다. 아 네..

화끈하게 뭔가 하고, 집중적으로 뭔가 하고.. 그런 건 애 키우면서 아예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전근대적 방식, 가내수공업으로 쪼물딱 쪼물딱 뭔가 만든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 내가 속으로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어, 그래도 나는 전속력으로 가는 중이여, 좀 느리긴 혀,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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