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에서 히사이시 조 책과 류이치 사카모토 다큐, 코다를 주문했다. 히사이시 조 책은 돌려 읽던 책이 있었는데, 내 앞 차례에서 어떤 작가가 보고 행방불명. 그냥 보고 싶어져서 샀다. 코다는 몇 번 본 다큐인데, 추가영상 50분 정도가 있는 것 같아서, 마저 보려고 샀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쓴 책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인생이 뭐 특별한 라이벌도 없었지만, 되고 싶은, 그럴 롤 모델 같은 게 아예 없었다.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그렇게 살기는 했는데..

작년에 류이치 사카모토의 <코다>를 보고,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죽음 앞에서 어떻게 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몇 년 전에 원혜영이 웰다잉 얘기를 엄청 했었다. 솔직히 실망했다. 세월호 한참 수습 국면인 와중에, 앞으로 뭐하실 거냐고 물어봤더니, 웰다잉 정책..

잘 죽든, 못 죽든, 죽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서 보니까, 죽음을 처연히 준비하는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물고, 나이 먹어가면서 점점 더 애정 결핍 아니면 감정 과잉으로 자신만을 사랑하게 되는 영감들만 자꾸 눈에 들어오는.

미쳤어, 미쳤어, 곱게 좀 늙지.

태극기에 목숨 걸거나, 자기 이름을 높이는데 목숨 걸거나, 돈을 죽어라고 부여잡고 추하게 늙어가거나.. 내 주변의 노친네들이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

때 되면 추한 꼴 안 보이고 곱게 죽는 것도 복이야, 내 죽음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때쯤 류이치 사카모토의 <코다>를 보았다.

멋있었다.

내 주변의 수많은 영감들은 늙으면 늙을수록, 교회에 더 지랄 맞게 집착하고, 자기가 살아온 것에 대한 변명이 점점 더 늘어난다. 그리고 뭔가 복수하고 싶어지고.

나이를 먹으면 복수 같은 것은 좀 내려지고 싶어지지가 않나?

암으로 죽어가는 프랑스 할아버지 - 나름 겁나 유명한 - 가 20대의 나에게 남겨준 말은..

니는 외국어 공부에 시간 낭비하지 말거레이, 나처럼 죽을 때 후회하게 된다.

나름 짠했다. 7개 국어 affluent.. 죽기 전에 그거 아니라는 얘기는, 감동적이었다.

내 주변의 할배들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아마 자기처럼 7개 언어는 꼭 하고 죽으라고,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그런 할배들 보면, 속으로는, 미친 거 아냐. 태극기나 죽어라고 나가는 주제에..

삶의 전환점을 맞아, 히사야이시 조와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한 비교를 좀 해보고 싶어졌다.

조선의 할배들은 왜들 다 늙으면 "나처럼 해봐요" 그러면서 자꾸 화만 내는지 모르겠다. 공무원 욕해, 신문 욕해, 교수 욕해, 무식하다고 대중들 욕해, 자기 신경 안 써주는 부인 욕해, 자식들 욕해, 가끔 찾아와주지 않는다고 지인들 욕해.

욕하다가 죽는 게, 억울하지도 않은가 싶다. 칙칙하고 불운한 근현대사를 지내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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