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공무원 노조에서 신규임용된 공무원들 직장 민주주의 교육 부탁이 왔다. 두 번 해달라고 하는데, 시간이 겹쳐서 한 번밖에 못한다. 직원정례조례 때 전직원 특강도 해달라고 해서, 해준다고 했다.

보통은 직원 교육, 이런 데는 잘 안 간다. 기업 연수, 이런 데도 신세진 사람이 부탁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 아니면 안 간다. 내가 원래 강연 일정이 좀 짜다. 돈을 많이 달라고는 안 하고, 그냥 남들 하는대로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잘 안 한다.

강연을 잘 안 하는 이유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애들 둘 데리고 먹고 사는 데 크게 불편한 게 없어서 그렇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책 작업이 계속 되니까, 출간된 주제는 곧 덮는다. 다음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 언제까지 좌판 벌이고 있을 수는 없어서 그렇다.

나도 사람이라, 생각이 겹치면 작업하는 데 방해된다. 그래서 강연을 정말 최소한으로 한다.

아마 나도 열심히 강연 쫓아다니고 그렇게 돌아다녔으면 그 동안 집 한 채 살 돈은 벌었을 것 같다. 뭐.. 그 대신 36권의 책이 남았다. 집 한 채 하고, 36권하고 바꾸라면? 당연히 책 목록이 나은 거 아닌가 싶다.

직장 민주주의는 정말로 예외적이다. 88만원 세대 내고, 몇 달 후에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냈다. 내 책 중에서는 가장 길게 남고, 큰 영향력을 가진 책이 되었다. 아마 보통의 경우는 '88만원 세대' 정도 되는 책이 나오면, 1년 심지어는 2년 넘게 강연을 계속 할 수 있다. 안 했다. 그 시간에 '촌놈들의 제국주의'와 '괴물의 탄생' 준비했다. 그런데 직장 민주주의 책은, 몇 달은 더 강연 할 생각이다.

이건 세상 바꾸는 일이라서..

내가 아는 많은 운동권 친구들이 요즘은, 세상 바꾼다고 하고 결국 자기 운명만 바꾼다.

나는 내 운명 바뀌는 건 별로 관심 없다. 아내가 동사무소 헬스장에 회원 등록을 했다. 틈 나는대로 저녁 때 런닝머신 위에서 뛴다. 내 운명은 그런 게 바꾼다. 조금은 더 오래 살 것 같다.

지금의 내 운명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너무 편안하게, 여전히 잘 산다.

그래서인가.. 나는 세상이 좀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직장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기관장 된 친구들보다는 내 삶이 더 보람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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