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애들 데리고 한 시간 정도 산책하고 왔다. 작은 놀이터에 가서 잠깐 뛰어놀기도 하고. 큰 애는 벌써 커서, 단순 '나잡아 봐라'는 재미 없어 하고, 미끄럼틀에서 공성전을 해야 한다. 미끄럼틀, 안 올라가고 싶은데, 올라가서 잡고, 도망가고, 이 정도는 해야 놀이 축에라도 끼는. 좀 더 크면 미끄럼틀 공성전에서 투석전 하게 생겼다..

이번 연휴의 목적은 아내의 휴식과 일. 컨셉 명확하다. 아내는 지쳤다. 시장 보기나 애들과 산책은 내가 하고, 아내는 푹푹 잔다. 그리고 하루에 몇 시간씩 애들 데리고 나가서 아내가 밀린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좀. 그러다 내가 지쳐서 어제는 아홉 시도 되기 전에 뻗어서 잤다. 작전과 달리, 나만 푹 쉰.

나는 예전에 비하면 하는 일이 별로 없다. 물론 일 자체가 없지는 않은데, 속도와 강도도 몇 년 전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추었다.

옆에서 누가 보면, 노는 건지, 하는 건지. 그럴 것 같다.

직장 민주주의 책을 벌써 손 털어버렸어야 하는데, 강연 등 일부 일정을 아직 잡고 있어서, 거기서 차질이 좀 생겼다. 할 수 없다. 그런 건 그냥 양심 가는대로.

얼마 전에 시사인 편집국장 했던 김은남 기자가 하루에 몇 시간 글을 쓰느냐고 물었다. 2시간요..

김은남 기자가 취재한 많은 작가들은 여덟 시간 한다고 한다. 뭐, 그럴 수는 있을 것이다.

책의 원고를 쓰는데 내가 쓰는 시간은 매일 2시간을 목표로 한다. 3시간 쓰는 날도 있고, 심지어 4시간을 쓰는 날도 있다. 그렇지만 꽝인 날도 있다. 잠시 책상에 앉지도 못하는 날도 있다. 그래서 평균 내면 2시간.

그 이상 하면 좋을까? 생각 하나마나다. 애 보면서 2시간 낼 수 있으면 최고치다.

그나마 요즘은 다시 바빠져서 블로그도 거의 포기, 책 서문 읽기도, 그렇게 시간을 빼기가 어려워서 당분간 개점 휴업. 한 책 끝내고 다른 책 시작하기 전에 잠시 여유를 낸 건데, 당분간은 신경을 분산시키기가 어렵다.

지나보니까.. 정열적 활동, 남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던 시기가, 그렇게 좋았던 것은 아니다. 뭘 잘 몰라서, 쓸 데 없는 짓을 많이 했었다.

우쭈쭈쭈, 남들이 꼭 필요하다고 하면, 진짜 몸이 부숴지도록 도와지기도 하고.

요즘은 좀 약아졌다. 누가 뭐라고 말을 해도, 단가표부터 물어본다. 단가 안 맞으면 안 한다.

물론 시민단체 활동을 조금씩 돕거나 그런 건 지금도 한다. 그런 데는 단가고 뭐고 없다. 시민운동에 단가 같은 게 어딨냐. 하면 하고, 말면 마는 거지.

나머지는 그냥 단가 맞춰보고, 영 아닌 건, 서로 마음 불편하지 않게 아예 시작하지 않는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그 마음은 좋지만, 애들 보는 처지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당분간, 봉사는 애들한테 하고, 아내한테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겨우 하루에 2시간을 확보하는 거다.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없냐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차 한 잔 마시기 위해서 앞뒤로 준비하는 시간까지 치면 4시간이 사라진다. 그렇게 해서는 2시간도 안 나온다.

내년은 모르겠지만, 올해는 꼭 매일 2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에게 2시간'이겠지만, 그것도 내게는 벅차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성과 양아치 벗어나기..  (3) 2019.02.13
해탈은 아직 멀다..  (1) 2019.02.12
그 나물에 그 밥..  (0) 2019.02.01
쓰는 내가 재미가 없는 순간..  (2) 2019.01.31
오피스텔 시세를 보다가..  (4) 2019.01.29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