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빕스에서 먹기로. 내가 학위 받은 이후로, 집안의 제사나 차례나, 하여간 그런 거 다 없앴다. 다른 집에 가서 제사 지내고 오는 것도 없앴고, 원래도 안 하던 명절 관련된 것도 다 없앴다. 집안 사정도 좀 있었고. 그 대신 그냥 식당 가서 밥 먹는 걸로. 전에는 중국집 중에는 한국 명절하고 상관없는 식당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우리 집은 명절이, 그냥 아버지가 일년에 몇 번 밥 사는 날이 되었다.

며느리들은 이런 명절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식당 고르는 재미로. 한동안 북경 직영점인 중국집에서 북경오리 먹었었는데, 그것도 몇 번 연거푸 했더니 질리나보다. 예전에 가던 이탈리아 부페가 인기였었는데, 문을 닫았다. 오늘은 빕스 가기로..

10년쯤 되었나? 빕스 가서 스테이크 시켰는데, 냉동 고기가 덜 익어서 속에는 그냥 얼어 있었다. 얼었다고 좀 더 구워달라고 했더니, 전자레인지로 직행. 시껍한 이후로 안 갔었는데..

내가 집안의 장손이다. 온갖 복잡한 사연들이 전부 나한테 걸려 있다. 나는 모른다.. 그냥 내 밑으로만 지킨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정지키셨다. 어머니는 그래도 당신 돌아가시고 나면 누군가 제사를 지냈으면 하는 생각이 있으시다. 어머니랑 아버지는 그래도 화장하지 않고, 어딘가 묘지가 있기를 바라신다. 그렇게 해드린다고 했고, 조촐하게 제사는 내가 따로 모신다고 약속했다. 그 대신 나머지는 다 없앴다. 우리 집에 밥 할 사람도 없고, 밥 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친척 집에서 하는 차례에 어머니, 아버지, 다 따로 가는 것도 이상하고.

그래서 오늘은 다 모여서 빕스에서 점심 먹는 날이 되었다.

지난 신년에는 그냥 우리 집에서 밥 해준다고 집에서 먹자고 했는데, 어머니가 질색을 하셨다. 그 밥을 다 누가 하냐.. 하긴. 손님 오는 날에는 시장 보고 요리하는 건 보통은 내가 한다. 아내 손님이 와도 내가 한다. 아내 손님일수록, 더 좋은 재료를 사고, 더 맛있게 한다. 재료 준비해놓고 나가는 게, 나도 좀 쉬자.. 손님 많이 오고, 술상 준비하는 건, 아직은 아내보다 내가 더 익숙하다.

나중에 딱, 아버지, 어머니, 두 양반 제사는 내가 준비하기로 예전에 약속을 했다. 그게 중요하다는 데야, 뭐. 살아 계시는 동안은, 그냥 식당에서 밥 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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