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카봇 극장판 표 세 장 예매했다. 카봇, 하나도 재미 없는데. 이제 여섯 살 된 둘째는 극장에 처음이다. 점박이 2 때는 무섭다고 집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가본댄다. 그래도 이제 시간이 흘러서 애 둘 다 데리고 극장에를 다 간다.

극장에 가는 게, 그래도 최소한의 문화적 습관이기도 한. 파리 살 때, 듣도 보도 못한 영화들 극장에서 보는 게 거의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다. 구로자와 페스티발, 베르그만 페스티발 때 진짜 싼 돈으로 영화사 책에서나 보던 영화들을 몇 편씩 보던 것도 기억에 오래 남고.

그렇게 없던 살림인데도, 작은 tv와 비디오 플레이어는 가지고 있었다. 한 때 돈이 너무 없어서 비디오 테이프 팔 때, 다른 건 별로 아쉽지 않았는데, 카를로스 산타나 뮤직 비디오는 진짜로 눈물이 찔끔.

그 뒤로는 조금씩 알바를 하면서, 그렇게까지 돈이 없는 상황에 몰리지는 않았다.

내 식의 영화 보는 방식이 그 때 형성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도저히 볼 방법이 없는 프랑스식 b급 코미디에 대한 정서도 그 때 좀 형성이 된 것 같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할 것 같은데, 로컬의 스탠딩 코미디 전통과 정서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편견 덩어리, 대놓고 편견을 얘기하면서 그 안에서 펴견을 뒤틀어 때리는..

<택시 5>를 얼마 전에 봤는데, 나는 재밌게 봤다. 쟤들, 아직도 저렇게 노는구나. 마르세이유, 가본 적도 없고, 가볼 생각도 없는 도시였는데, <택시 5>를 보고 가보고 싶어졌다. 마르세이유는, 그 시절 내가 응원하는 축구팀이 올림픽 마르세이유라서.. 그 외에는 별 상관도 없는데, <택시 5>가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프랑스 영화는 엄청 심각하거나, 엄청 예술적이거나, 고운 영화들이 들어온다. 그러나 프랑스 영화의 본류는 필립 누아레 - 시네마 파라디소의 그 할아버지 - 또래의 할배들이 나오는 치고 받고 웃기고, 그런 코미디 영화들. 어처구니 없는 플롯이지만, 그런 게 보고 있으면 은근히 웃기다. 나는 그 정서가 좋았다.

한국에는 좌파를 대표하는 지성파 예술가로 이브 몽땅이 소개된다. 뭐, 말년에 그렇기는 하다. 나도 좋아한다. 그 젊은 시절의 이브 몽땅이 카바레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필름들을 보면, 일단 웃기고, 명랑 충만, 밝게 춤추고, 그리고 틈만 나면 웃기기를 시도하고.

한국에 단편적으로 소개된 프랑스 얘기들은 사실상 개뻥이라고 할 정도로.. 실제 모습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가끔.

뉴스 시간에 대통령은 당연히 나오고, 그날의 대박 사건을 친 사람들이 줄줄이 인형극으로 나와서, 웃기지 않으면 죽는다, 그런 사명감으로.. 인형극 코미디를 매일 틀어주는 나라다. 기뇰.

심각은 잠깐, 웃기고 또 웃기려는 게 어쩌면 프랑스 영화의 전통인지도 모른다. <레옹>의 킬러 정도로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 르노도 코미디에서 진짜 위력을 보여준다. <비지터> 시리즈가 그랬다. 고아원의 아이들을 위해서 레슬러로 돈벌러 나선 신부님 이야기, 그게 내가 진짜 장 르노를 좋아하게 된 영화였던.. 겁나 웃긴다.

한국은 너무 근엄하고, 인물에 대한 찬양도 너무 통속적으로 한다. 그러니 나경원처럼 '유머리스'한 인간이 야당 대표하는 거 아닌가 싶은. 유머러스는 너무 드물고, 유머리스들로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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