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나는 유학을 엄청나게 일찍 갔고, 학위도 전례없이 빨리 받았다. 그러다보니까 20대를 좀 별다르게 보내게 되었다. 한국에서 그 분야에서는 제일이라는 사람들과 일상을 같이 보내게 되었다. 최고이거나 이제 곧 최고가 될 사람들. 서울대 철학과의 김상환 선생, 서양경제사의 주경철 선생, 이런 양반들하고 책 같이 읽고, 논문 뭐 써야하는지 그렇게 복댁이면서 살았다.

그러다보니까 내가 부딪힌 가장 큰 문제는, '그 나물에 그 밥'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였다. 권위로 치면 내 주변 사람들의 권위가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그냥 존경한다고 네네, 그렇게 지내다보면 뭔가 폼은 나는데,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

지금 내 주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계속하고 싶어하고, 정말로 편안한 상태가 되면, 더욱 더 익숙한 것을 진짜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 보통의 잘난 사람들은 그렇다.

쉐킷쉐킷, 그걸 어떻게 흔들어서 전혀 새로운 조합을 만들 것인가, 그게 20대부터 내가 늘상 고민하던 현실적 질문이다. 여전히 어렵다..

잠깐 한눈 팔고 있으면, 또 다른 '그 나물에 그 밥' 안에 들어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거 아닌 것 같은데.. 늘상 헤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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