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리했더니, 아침에 열도 오르고, 목도 부어서..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감기 걸리는 일은 일생에 몇 번 없을 정도로. 감기만은 없다. 결혼하고는 감기 걸린 적이 없었다. 감기겠구나 싶었다.

아내가 출근하면서 애들 어린이집 데리고 갔다. 죽어라고 잤더니, 몸은 좀 괜찮다. 아내가 끊어준 동사무소에서 하는 헬스장 오늘 첫 날인데.. 코를 풀었더니 피가 나온다.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이게.. 회사 다닐 때에는 주말에 푹 쉬고 나갔는데, 애들 보면 주말이 더 고비다. 주말에 완전 무리하고, 새로운 주가 시작하면 누적되고 더 누적되고.

오늘은 간담회가 하나 있고, 내일은 장애인개발원에서 하는 팟캐 녹음이 있다. 모래는 용민이랑 하는 kbs 라디오가 있고. 김기식 선배가 나온댄다. 그리고 저녁 때 tbs에서 하는 북소리 녹화가 있다.

꼭 해야 하는 거 아니면 거의 다 튕기는 중인데도, 일정이 개판이다. 꼭 챙겨야 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어제 전화 걸어보니까 삐진 것 같다. 된장.. 미안하기는 한데, 영감들은 잘 삐진다. 삐진 이유는 충분히 알겠는데, 내 코가 석자라서 이것저것 챙길 형편이 아니다.

그 동안 살면서 여기저기 챙기는 일들을 주로 내가 했었다. 뭔가 만드는 사람들은, 잘 삐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요즘은 나도 그런 거 잘 못한다. 내가 죽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삐질 사람이 덜 삐지는 건 아니다.

올해에 추가로 들어온 연구가 10대 연구다. 한국의 10대, 이게 눈물 나는 현상이다.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얼마나 행복한 10대를 보냈는지.. 공부도 아주 잠깐만 하고, 진짜로 신나게 놀면서 지냈다. 중학교 때는 사진반 한다고, 사진 찍으러 여기저기 공식적으로 놀러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그냥 놀았다. 서울대 법대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고.. 의대는 첨부터 노 땡큐. 그냥 암 생각 없이 놀았다. 소설은 많이 봤다. 전집으로 나온 한국 소설 그리고 소위 명작 소설, 다 본다는 마음으로 봤는데..

그래서 10대에 대한 생각을 회상해보면, 마음 속에 아무런 고통이 없다. 진짜 남들 평생 놀만한 분량을 그 시절에 원없이 놀았다. 그리고도.. 그 후에도 계속 놀았다. 어쩌면 전세계 박사 기준으로, 내가 가장 많이 놀면서, 되면되면 그렇게 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학 시절에는 음악한다고 놀고, 운동한다고 놀고. 유학가서는 여기가 바로 파리야, 영화보고 책 읽고, 그리고 놀고.

내가 10대 때 놀았던 얘기 들으면, 다들 깜짝 놀랄 정도로. 원래는 그렇게까지 놀 생각은 아니었는데, 공부 좀 하자고 도서관에서 도서관에서 모여서 놀고.. 이상호 기자가 학교도 다른데, 그렇게 같이 모여서 놀던 멤버 중의 하나.

사회과학 저자가, 요즘은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바닷가 파도 한 가운데 혼자 서 있는 사람이다. 그 뒤의 호화 방갈로에서 편안하게 바베큐 먹는 사람들이, 쟤는 혼자서 왜 저린디야, 그러고 있는 듯 싶은.

그래도 그 삶이, 보람은 있다. 내가 나를 돌아다봐도, 나는 내 시절을 개돼지처럼 살지는 않았다.. 그냥 처묵 말고는 생각도 안 하는 간부급들이 너무 많은 나라에서.

10대들이 삶은 역설적으로 공평하다.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주 소수의, 건물주의 아들은 행복할까?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권위주의적이고 양아틱하지 않은 건물주를 아직 별로 본 적이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간단히 정의하면, '행복한 10대'를 만드는 데에 실패한 나라다. 국제 기준으로 따지면, 아동 학대가 청소년 학대로 이어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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