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의 일인 것 같다. 사회적 경제를 전공으로 할 생각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대중적인 수준에서 설명하는 책을 쓰기는 했지만, 내가 직접 뛰어들 일은 아니라는 게 평소 생각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에 관여한 적은 있는데, 진짜 힘든 일이다. 에너지 쪽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그것도 힘든 일이다. 애 보는 아빠가 감당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그것도 그거지만, 별로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별 황당한 인간들이 교수도 되고, 간부도 되고, 승진도 하고, 결정권도 갖는다. 그냥 다시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다시 보면, 다시 미소도 짓고, 에, 술도 먹고, 에 또 놀러도 가고, 다 했어.. 그래야 하는데, 그렇게 남은 내 인생을 낭비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보나마나 수명이 줄어들 거다.

이것저것, 다 싫다고 했다. 그 때 한다고 그랬으면, 장관은 몰라도, 차관급이나 기관장 하나는 했을 것 같다. 그리고 30대에 그렇게 살았듯이, 다시 정의감에 불타서 결국은 매일 술 처먹고..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지금 내 블로그 주소가 retired이다. 공단을 그만두면서, 어떤 이유로든 다시 이 분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아이디를 비롯한 주소를 다 그렇게 정했다.

2004년, 2005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복귀 요청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금의환향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델, 그거 재미 없다. 거기에서 더 높은 자리에 가고 싶어서 그만둔 것도 아니고.

혹시라도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봐, 그 시절에 많은 아이디나 블로그 주소 같은 것을 retired라고 정했다. 혹시라도 내가 마음이 흔들릴 때,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서.

장하준의 아버지가 장재식이다. 나는 장하준과 만나기 전, 그의 아버지와 먼저 일했다. 그의 이름으로 나간 신문 칼럼을 두 개쯤 썼던 기억이다. 그가 장관이었다.

재밌던 시절이기는 하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하면 잘 할 거다, 그 생각을 버렸다.

근데, 정권은 바뀌었는데, 왜 세상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는겨?

'남들은 모르지.. > 당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인당 grdp  (1) 2019.03.04
나쁜 넘들의 시대는 가고..  (0) 2019.02.03
일상의 세월호  (0) 2019.01.24
block comedy  (0) 2019.01.21
당인리 견학..  (4) 2018.11.15
Posted by retired
,